정남구 기자
유레카
‘열흘 붉은 꽃 없다’고 했다. 그럼, 백일 동안 붉은 꽃을 피운다는 백일홍나무(배롱나무)는 뭔가? 도종환 시인이 <목백일홍>이란 시로 답한 적이 있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 한 꽃이 백일을 아름답게 피어 있는 게 아니다 / 수없는 꽃이 지면서 다시 피고 / 떨어지면 또 새 꽃봉오릴 피워 올려 / 목백일홍 나무는 환한 것이다.” 그렇다. 목백일홍은 수많은 꽃이 원추 모양의 꽃차례를 이뤄 피고 지고 또 피는 것일 뿐, 백일 가는 꽃이 아니다.
‘십년 가는 권력 없다’고 했다. 서른아홉살에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의 일은 좋은 보기다. 아방궁을 짓고, 불로초를 찾던 그도 황제에 오른 지 9년 만에 숨졌다. “하늘의 명을 받아 영원히 번창한다”는 글귀를 새긴 진나라 옥새도 2대 15년 만에 쓸모없게 됐다.
물론 오늘날 세습 군주가 아니면서 수십년 최고 권력을 누리는 이들도 있다. 가봉의 오마르 봉고온딤바 대통령은 1967년부터 40년 넘게 집권하고 있고, 카자흐스탄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7년 임기의 3선 대통령으로, 2012년까지 21년간 권력을 보장받았다. 하지만 이들은 예외다.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권불십년이 제도로 강제된다. 우리나라에선 7년도 길다고, 5년 단임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다. ‘권불오년’일 수밖에 없다.
역대 대통령의 뒷날은 순탄한 적이 없다. 이승만·윤보선·최규하 전 대통령은 쫓겨나거나 밀려났고, 박정희 전 대통령은 시해당했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교도소 신세를 졌다.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식이나 형제가 구속됐다. 저마다 다른 이유가 있겠으나, 우리 안의 갈등을 풀지 못하거나 더 키운 탓이 크다. 5년은 사회 통합을 이루기엔 아주 짧은 시간이다. 임기가 얼마나 남았는지 손가락으로 꼽아볼 사람은 국민이 아니라, 최고 권력자 자신이어야 한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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