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철우 기자
유레카
새해는 유엔이 정한 ‘세계 천문의 해’다. 갈릴레오 갈릴레이(1564~1642)가 1609년 원리와 성능을 혁신한 망원경을 발명해 천문 관측에 쓰기 시작한 이래 이어진 근현대 천문학 400년을 기리는 해다. 그 무렵에 이미 다른 사람이 발명한 망원경이 있었으나 쓰임새는 상류층의 놀잇감 정도였는데, 갈릴레오는 성능을 20배율까지 높여 하늘을 관찰하는 데 쓰기 시작했다. 도구를 이용한 관측 천문학의 출발이었다.
갈릴레오 개인의 삶으로 봐도 망원경은 ‘인생 격변의 물건’이었다. 그는 달 표면이 지표면과 별다를 게 없음을 처음 발견해 천상 세계는 매끄럽고 완전하다는 중세의 오랜 믿음을 깼다. 또 태양 흑점과 그 변화를 관찰해 천상계엔 아무 변화가 없으며 늘 영원불변하다는 낡은 믿음에 도전했다. 그가 발견한 목성의 네 위성은 출세의 길을 열었다. 그는 자기 고향인 토스카나공국의 지배자인 메디치 가문의 이름을 따 위성들에다 ‘메디치의 별’이란 이름을 붙였다. 그 인연으로 1610년 당시 과학계의 서열상 낮은 편에 속한 수학자 신분에 더해 자연 원리를 탐구하는 지체 높은 자연철학자의 칭호를 얻었으며, 메디치 궁정의 전속 철학자로 금의환향했다.
20여년 뒤 망원경은 삶을 곤두박질치게 했다. 망원경으로 우주를 관찰하며 코페르니쿠스 태양중심설에 대한 그의 믿음은 말릴 수 없을 만큼 굳어갔다. 결국, 그는 자신이 발견한 태양중심설의 증거 등을 담아 1632년 <대화>라는 책을 냈다. 이내 종교재판에 휘말렸고 ‘이단 혐의’ 판정으로 종신 가택연금에 처해졌다. 갈릴레오한테 망원경은 출세를 안겨준 신통한 확대경이자 증거와 신념을 감출 수 없게 한 진리의 울림통이지 않았을까. 지구촌이 그 망원경을 빅뱅우주론에 이른 근현대 천문학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하니, 무덤 속의 그가 또다시 새로운 감회에 잠길 것 같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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