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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야!한국사회] 20대 당사자 운동과 변희재의 실크세대 / 우석훈

등록 2009-01-14 20:33

우석훈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우석훈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야!한국사회
지난번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에 실린 변희재 실크로드 시이오포럼 회장의 칼럼은 잘 읽었다. 인터넷 포털에 관한 문제는 내가 답할 문제가 아닌 것 같아서, 이 얘기는 예외로 하고 답할 수 있는 얘기는 최대한 성심껏 답해 보려고 한다. 먼저 지면을 열어준 동아·조선 쪽에도 우선은 고맙다고 말하고 싶고, 역시 지면을 허락해 준 <한겨레>에도 감사를 표하고 싶다. 한편으로는 내가 ‘88만원 세대’라고 부르는 20대들이 직접 발언할 수 있게 해 준 <경향신문>에도 각별한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먼저 386의 패거리 문화에 대한 변 회장의 지적에 대해서는 나도 공감한다. ‘반독재’ 시대에 청소년기를 지낸 386들은 그 독재를 ‘아름다웠던 시절’로 기억하는 유신 세대와 대척 관계인 것이 사실인 것 같다. 지금의 50대 혹은 그 이상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지역감정의 열혈 신봉자이자, 한국 보수의 최전선에 서 있다. 그 단결력만큼은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과 맞서서 다른 시기를 열고 싶었던 386들이 원정 출산에서 영재교육 바람은 물론, 조기교육붐을 만들어낸 사실에 대해서 나도 신물이 난다. 그래서 졸저에서는 이것이 그들의 역사에 대한 배신이었다고 서술한 바 있다. 386은 이제 곧 한국의 중심 세력이 될 것이다. 그런 그들이 과거의 영웅담을 술안주로, 뒤돌아서면 “이제 민주투사도 골프 정도는 쳐줘야지”라고 말하며 룸살롱을 옹호하면서 민주인사 행세하는 것은 나도 넌더리가 난다.

자, 이 얘기는 이 정도로 하고, 지금의 우리 20대를 돌아보자. 이들은 참 곤란한 시기에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스펙 경쟁’과 사회의 냉대, 그리고 승자 독식의 내면화라는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는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그중의 일부는 한국 자본주의에 고유한 것이고, 또다른 속성은 ‘워킹 푸어’ 혹은 불행한 계급이라는 의미의 ‘프레카리아트’라는, 선진 자본주의에 이제 발현되는 보편적 현상이 결합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일본의 20대도 죽겠다고 하는 중이고, 유럽의 20대도 ‘1000유로 세대’에서 더 깎여서 이제는 ‘700유로 세대’라고 폭동 직전이다. 미국의 ‘빈털터리 세대’는 열광적으로 오바마를 밀어서 그들의 정권을 가졌지만, 그들의 경제적 삶도 개선될지는 미지수다.

이제 10년 전 여성운동과 장애인 운동이 그랬듯이, 20대에게도 당사자 운동이 필요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20대 당사자 운동은 좀 희한한 속성이 있기는 하다. 여성과 장애인과 달리, 우리 모두는 언젠가 20대였고, 모든 20대는 언젠가 20대가 아닌 사람이 된다. 이걸 운동으로 만들기가 참 어렵다.

변희재와 그의 동료들이 ‘실크 세대’라는 이름으로 창업을 운동처럼 하는 것도 일종의 당사자 운동이다. 잘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운동에는 좌파 버전이 있을 수 있고, 우파 버전이 있을 수 있고, 또 전혀 상관없는 중도 ‘소통 그룹’이 있을 수 있다. 창업 운동이 먼저 움직인 형국이고, 다른 운동은 이제 막 움을 틔우는 상황이라는 게 내가 이해하는 현 상황이다. 어떤 편이라도 좋다. “싸가지 없다”와 “꿈도 없다”는 편견과 냉대를 이기고, 20대 당사자 운동을 만들어내기 바란다. 그래서 제발이지, 386의 ‘우리끼리주의’를 깨고, 새로운 당사자 운동이 생겨나기를 바란다. 건투를 빈다. 그리고 한 가지만 부탁하자. 분명히 지금의 20대보다 더 힘들 것이 분명한 한국 10대들의 인권과 경제적 삶에 대한 고민을 부디 잊지 않았으면 한다.

우석훈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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