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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스티브 잡스 / 함석진

등록 2009-01-19 21:00수정 2009-02-04 03:29

함석진 기자
함석진 기자
유레카
밥 벌어먹기 위한 일상을 살면서도 어떻게 사는 것이 잘사는 것인지를 가끔 생각한다. 늘 그렇듯이 생각은 오염되고, 그 뒷자락은 늘 두통이다. 욕심이 원인이다. 뭔가를 얻으려는 생각과 그것에 협조하지 않는 조건의 불합치. 아일랜드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가 <인간과 초인>에서 쓴 대로 인생에는 두 가지 비극만 있는지 모르겠다. “한 가지는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일이고, 다른 한 가지는 그것을 얻는 일이다.” 쇼는 삶에서 단지 유의미한 것은 삶을 묻는 질문 그 자체라고 했다. 살면서 깨어 있기란 그만큼 어려운 일이라는 뜻일 것이다.

고려 말에서 조선 초를 살다 간 양촌 권근이 강변을 지나고 있을 때였다. 한 늙은 사공이 계속 흔들리는 뱃전에 앉아 있었다. 몸도 가누기 힘든데 왜 뭍으로 올라오지 않느냐고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사람이란 간사하여서 평탄한 길만 가면 마음이 방자해져 결국 자신을 망치지요. 나도 나를 잘 알거니와, 물 위에 있는 것은 이런 나를 경계하기 위함이오.”

진정한 결핍만이 깨어 있는 삶을 주는 것일까? 그래서 ‘자발적 가난’이란 말은 삶에 대한 진지한 물음으로도 들린다. 가진 것 없고 뭔가 부족한 이들에게는 그 말도 사치스럽다. “흰머리가 많은 사람은 주기적으로 염색을 하며 각별한 공을 들여서 겨우 얻는 것은 남들과 비슷한 평범한 머리카락 색이다.”(정혜신 박사)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도 자발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결핍의 삶을 살았다. 자신을 낳은 부모에게 버림받았고, 돈이 없어 대학을 중퇴했고, 자신이 창업한 회사에서 쫓겨났다가 암까지 얻었다. 인도 여행에서 많은 영감을 얻은 그는 “결핍은 내게 뭔가를 채우려는 욕망을 키워준 게 아니라 ‘잘 사는’방법을 일러주었다”고 말했다. 그렇게‘하루하루를 인생의 마지막날처럼 살며’ 모든 걸 이겨낸 그가 최근 다시 6개월 병가를 냈다. 애플 주가는 폭락했고, 주주들은 뿔이 났다.

그럼에도 그는 다시 꼼지락거리며 종이에 뭔가를 그리고 있을지 모르겠다. 쇼의 말대로 꿈꾸지 않는 자는 절망하지 않듯이.“항상 배고프고, 바보처럼 추구하라(Stay hungry, stay foolish!)”고 한 그의 말처럼. (2005년 스탠포드대학 졸업식 축사) 함석진 기자 sj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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