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남구 기자
유레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해마다 발표하는 회원국의 주요 경제지표를 보면, 우리나라가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게 하나 있다. 고용 부문이다. 우리나라 실업률은 2003년 이후 3%대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다.
지난해에도 우리나라 실업률은 3.2%로,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였다. 그것이 고용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임을 모르는 이는 드물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15살 이상 인구는 전년 대비 42만8천명 늘었다. 고용률이 2007년(59.8%) 수준을 유지하려면 26만명이 일자리를 얻어야 했다. 그러나 늘어난 취업자 수는 14만여명에 그쳤다. 12만명은 사실상 실업자 대열에 합류했다. 그럼에도 실업률 수치는 취업자가 28만명 늘어난 2007년과 똑같았다.
지난해 12월 취업자가 전년 같은달보다 1만2천명 ‘감소’했는데도 실업률이 3.3%에 그쳤다는 점은 더욱 놀랍다. 수치만 보면 ‘완전고용’이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할 만하다.
고용 사정이 좋지 않음에도 실업률이 이렇게 낮게 나오는 것은, 사실상 실업자이지만 통계상으론 실업자가 아닌 비경제활동 인구로 분류되는 이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15살 이상 인구는 1년 전보다 46만2천명 늘었다. 그 가운데 경제활동 인구는 3만9천명 증가에 그치고, 비경제활동 인구가 42만3천명이나 늘었다. 늘어난 인구의 91.5%에 이르는 사람이 취업준비·육아·가사 등에 종사한다는 이유로 실업자로 분류되지 않았다. ‘그냥 쉰다’는 이도 실업자가 아니다.
실업률 말고도 고용률 등 고용 사정을 살필 수 있는 지표가 물론 있기는 하다. 하지만 국가간 비교에 가장 많이 활용되는 게 실업률 통계다. 허무맹랑한 수치를 즐기고만 있다가 ‘한국의 실업률’이 국제사회의 웃음거리가 될 판이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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