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한용 선임기자
성한용칼럼
청계천 복원 사업은 2004년 베네치아 건축 비엔날레에서 최우수 시행자상을 받았다. 심사위원들은 물을 이용한 도심개발의 발상과 시민들의 호응을 높게 평가했다. 이명박 서울시장은 “나를 믿어준 22만명의 상인에게 감사한다. 민주적 방식으로 설득을 하니 그러한 과정에서 신뢰가 생기고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고 소회를 밝힌 바 있다.
그렇다. ‘청계천 복원’은 신성장·친환경·탈이념 등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가치를 상징하는 사업이었다. 특히 추진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이명박 시장이 ‘민주적 방식’, ‘설득’, ‘신뢰’, ‘합의’를 직접 자랑할 만도 했다.
‘청계천 이명박’은 다른 일도 꽤 잘했다. 2004년 7월 서울시 대중교통 체계를 개편했다. 버스와 전철 등 대중교통을 하나의 요금체계로 연결했다. 이 사업의 성공에 힘입어 2007년 7월 서울과 경기도를 잇는 수도권 대중교통 통합 환승 할인제가 실시됐다. 올 7월부터는 인천도 참여할 예정이다. 중앙 버스전용 차로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수도권에 사는, 중도 이념 성향의, 중산층 유권자들이 ‘이명박’에 환호한 것은 자연스런 일이었다. 이들의 압도적 지지로 ‘청계천 이명박’은 한나라당 후보가 됐고 대통령이 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일 잘하는 ‘청계천 이명박’은 사라졌다. 대신 ‘용산 이명박’이 나타났다.
무슨 얘기냐고? 이번 용산 철거민 집단사망 사건은 예고된 참사였다. 사고의 근본 바탕에는 ‘티케이(대구 경북) 편중인사’, ‘공안 통치’, ‘부자들의 이익’이 깔려 있다. 이명박 정권은 지난 1년 동안 바로 이 세 가지를 줄곧 추구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배신자다. 자신을 지지해 준 ‘수도권’, ‘중도 이념’, ‘중산층’을 배신했다. 아니, 좀더 심하게 말하면 배신이 아니라 퇴행이다. ‘티케이’, ‘공안세력’, ‘부자’를 합치면 ‘민주주의 퇴행’이 된다.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의 역사를 거꾸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
이유가 뭘까? 왜 배신한 것일까? 왜 거꾸로 가는 것일까?
몇 가지 가설이 있다. 첫째, 이념 콤플렉스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학 시절 잠시 학생운동을 했다가 감옥에 간 일이 있다. 그 뒤 건설회사에 들어가서는 민주화 운동이나 노동 운동을 한 사람들에게 필요 이상의 적대감을 표시하곤 했다. 대통령 당선 뒤 바로 이 이념 콤플렉스가 작동했다는 것이다. 둘째, 최소 지지율 확보를 위한 선택이라는 설명이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으로 지지율이 10%대까지 추락하자, 단기적인 지지율 반등을 위해 ‘오른쪽’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눈앞의 정치적 이익 때문에 ‘분열의 정치’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유가 무엇이든 분명한 것은 ‘용산 이명박’으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이다. 설연휴 첫날 라디오 연설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사를 듣고, 이념의 시대를 넘어 실용의 시대로 함께 가자고 말씀드렸던, 그렇게 해서 경제를 발전시켜 사회를 통합하겠다고 다짐했던 취임 당시의 약속이 떠올랐다”고 했다. ‘청계천 이명박’으로 돌아가겠다는 얘기로 들렸다. 반가웠다. 하지만 ‘경제를 발전시켜 사회를 통합하겠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먼저 사회를 통합시켜야 경제위기를 넘길 수 있다. 이 간단한 이치를 도대체 왜 모르는 것일까? 답답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통합과 화합을 요구했다. 그렇다. 힘을 합쳐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먼저 화합에 나서라. 민주적 방식으로 국민을 설득하라. 제발! ‘청계천 이명박’이여 돌아오라. 성한용 선임기자shy99@hani.co.kr [1월28일자 한겨레신문 주요기사] ▶[경찰 거짓말] 컨테이너-망루 충돌뒤 불길…“강경진압이 화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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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가지 가설이 있다. 첫째, 이념 콤플렉스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학 시절 잠시 학생운동을 했다가 감옥에 간 일이 있다. 그 뒤 건설회사에 들어가서는 민주화 운동이나 노동 운동을 한 사람들에게 필요 이상의 적대감을 표시하곤 했다. 대통령 당선 뒤 바로 이 이념 콤플렉스가 작동했다는 것이다. 둘째, 최소 지지율 확보를 위한 선택이라는 설명이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으로 지지율이 10%대까지 추락하자, 단기적인 지지율 반등을 위해 ‘오른쪽’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눈앞의 정치적 이익 때문에 ‘분열의 정치’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유가 무엇이든 분명한 것은 ‘용산 이명박’으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이다. 설연휴 첫날 라디오 연설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사를 듣고, 이념의 시대를 넘어 실용의 시대로 함께 가자고 말씀드렸던, 그렇게 해서 경제를 발전시켜 사회를 통합하겠다고 다짐했던 취임 당시의 약속이 떠올랐다”고 했다. ‘청계천 이명박’으로 돌아가겠다는 얘기로 들렸다. 반가웠다. 하지만 ‘경제를 발전시켜 사회를 통합하겠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먼저 사회를 통합시켜야 경제위기를 넘길 수 있다. 이 간단한 이치를 도대체 왜 모르는 것일까? 답답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통합과 화합을 요구했다. 그렇다. 힘을 합쳐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먼저 화합에 나서라. 민주적 방식으로 국민을 설득하라. 제발! ‘청계천 이명박’이여 돌아오라. 성한용 선임기자shy99@hani.co.kr [1월28일자 한겨레신문 주요기사] ▶[경찰 거짓말] 컨테이너-망루 충돌뒤 불길…“강경진압이 화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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