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출산의 경제학 / 정남구

등록 2009-02-03 22:58

정남구 기자
정남구 기자
유레카
저유가와 낮은 국제금리, 낮은 원화가치(엔강세) 등 이른바 ‘3저 현상’에 따른 호황과 민주화가 겹친 1980년대 후반은 한국 경제사의 황금기였다. 87~91년 사이 실질 경제성장률은 10%를 넘나들었다. 소득분배도 개선돼, 국내총생산(GDP) 가운데 노동자들에게 돌아가는 몫인 노동소득 분배율이 86년 52.7%에서 91년 58.8%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도시 근로자 가구의 실질 경상소득은 연평균 11.3%씩 늘었다.

85년부터 수출이 폭증한 게 호황을 이끌었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교섭력이 커져 가계소득이 크게 는 것이 내수를 살려 경기의 선순환으로 이어졌다. 물론 새도시 건설로 상징되는 건설투자 확대도 성장에 큰 힘을 발휘했다. 하지만 그때의 주택공급 증가가 91년 이후 주택가격 안정의 기반이 되기도 했다. ‘중산층’이 본격적으로 늘기 시작한 게 이 무렵이었다.

출생아 수에도 대반전이 일어났다. 70년대 초 연간 100만명에서 87년 62만명까지 줄어든 출생아 수가 다시 늘기 시작해, 91~95년에는 70만명대를 유지했다. 문제는 출생 성비(여아 100명당 남자아이 수)였다. 출생 성비는 80~84년 107에서 85~89년 111로, 90~94년에는 114.6까지 치솟았다. 경제적 여유를 등에 업고 사람들이 출산을 늘리는 동안, 선택 출산이 횡행했다.

출산붐이 끝난 뒤 출생아 수와 함께 출생 성비도 다시 낮아졌다. 2007년에는 106.1로 정상 수준에 다가섰다. 보건복지부는 내년부터 28주 이상인 태아에 대한 성 감별과 고지를 허용하기로 했다. 태아 성감별을 금지하는 의료법 조항은 87년 말부터 시행됐지만 선택 출산을 막는 데는 힘을 쓰지 못했으니, 이번 법 개정 영향도 크지는 않을 것이다. 정작 큰 걱정거리는 경기후퇴와 소득격차 확대로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이 더 낮아지는 것이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