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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야!한국사회] 녹색성장이라는 사기극 /우석훈

등록 2009-02-04 22:12

우석훈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우석훈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야!한국사회
나의 원래 전공이 생태경제학이다. 그리고 공직생활을 정리하고 3년 동안 10년 직장생활 하면서 모아둔 돈을 다 쏟으면서 했던 일이 녹색당 창당 준비였다. 물론 실패했고, 당분간 한국에서 녹색당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하며 돌아설 때, 눈물이 났다. 그러나 지금도 믿는다. 한국에는 여전히 녹색당이 필요하다고 ….

하여간 상황은 이런데, 스스로 ‘이명박 정부’라고 불리기를 원했던 이 정권에서 ‘녹색성장’이라는 정책 기조를 뽑아들었다. 자, 그럼 이 정부의 모체인 한나라당이 녹색당이 되는 거냐? 뭐, 별로 그런 것은 아닌 듯싶다. 정치적 지향점으로는, 한나라당은 녹색당과는 정반대에 서 있는 당인 듯하다. 여기엔 토호들이 모여 있고, 국수주의자, 마초들이 모여 있고, 무엇보다도 골프광들이 모여 있다. 녹색당에는 자연을 개조해서 만들어낸 골프를 즐기는 사람은 없다.

자, 상황은 그렇고, 이명박 정부에서 얘기하는 녹색성장이 과연 녹색인가 회색인가, 이에 대해서 잠깐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역사적인 의미로 말하자면, 녹색이라는 단어는 본디 생태주의나 환경주의라는 의미보다는 ‘핵폭탄 반대’라는 의미가 더 깊다. 1960~70년대, 냉전이 깊던 시절 핵실험은 사막과 바다에서 주로 이뤄졌는데, 이 핵실험을 막을 수는 없더라도 그 장소에서 ‘증인’이 되고자 했던 사람들이 녹색이라는 상징을 썼다. 숱한 박해를 당하고, 죽기도 많이 죽었지만, 냉전 시절 가장 강렬한 평화주의자들이 핵실험장에서 같이 죽겠다고 덤볐다는 것이 녹색이라는 색깔이 가졌던 상징이다. ‘그린피스’의 그린을 요즘은 환경 또는 생태라는 의미로 이해하는 사람이 있지만, 원래의 의미는 ‘반핵’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이명박 정부는 철저하게 원자력 위에 서 있기로 선택한 것이라서, ‘녹색’은 아니다. 정부의 저탄소 기본계획은 원전을 강화하는 것 위에 서 있기에, 어떻게 치장하더라도 열심히 원자력 발전소를 짓는 정부는 기본적으로는 반녹색이다. 녹색 본래의 의미라면, 원자력 발전소의 이른바 ‘셧다운’에 관한 계획을 발표하면서 “우리는 녹색이다”라고 말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그러나 이 정부는 앞으로도 원전을 많이 지을 것이고, 원전 없이는 한국은 돌아가지 않으므로, 이미 수명이 다한 원전도 자기 마음대로 기술평가를 하고 수명을 늘리겠다고 하는 것이 기조다. 그런 점에서 기본적으로 반녹색이다.

어쨌든 이건 기본에 관한 얘기라고 하고, 실제로 뭘 하겠다는지 한번 살펴보자. 한반도 대운하를 슬쩍 ‘4대강 정비사업’이라고 이름을 바꾸고, 이게 정부가 사용할 돈의 대부분인 상황인 게 현정국이다. 이 4대강 정비사업은 누가 뭐라고 말해도 시멘트 사업이고, 강바닥을 긁어내고 시멘트 둑을 더 높게 쌓겠다는 게 사업의 실체다. 그래서 역시 회색사업이라고 볼 수 있다.

종합적으로 보면, 기괴한 토건자본의 ‘그린워시’, 즉 녹색 이미지를 뒤집어쓰는 녹색 마케팅이 바로 녹색성장인 셈이다. 그래서 사기다. 이 사기가 언제까지 통할까? 그건 모르겠다. 그러나 사기는 사기다. 골프광 토호들이 이명박 대통령을 등에 업고, 땅값 올리기 사기사업을 벌이면서 ‘녹색 이미지’를 뒤집어쓴 이 거짓말 사업, 그 결과로 국토 생태는 결딴날 것이다. 녹색성장 사업이 벌어지는 전국 단 한 곳이라도 지역 생태가 버티는 곳이 있을까? 처절한 생태 파괴의 현장이 눈에 보이지 않는가? 이 정부의 사업이 녹색인지는 모르겠는데, 확실히 반생태적이기는 한 것 같다.

우석훈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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