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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악어의 눈물 / 정남구

등록 2009-02-17 20:48

정남구 기자
정남구 기자
이자 제한은 고리대의 폐해를 막는 좋은 장치다. 하지만, 이자율을 무한정 낮춘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다. 법정 이자율 이하로는 돈을 빌리기 어려울 만큼 신용이 나쁜 이들은 아예 돈줄이 끊긴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는 서양 속담은 이처럼 좋은 뜻을 가진 정부의 시장 개입이 나쁜 결과를 낳을 수도 있음을 경계한다. 시장만능주의자들은 “차라리 선의를 버리라”고 한다. 그러나 대안은 늘 있었다. 시장에서 돈을 빌리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별도의 신용대출 창구를 만드는 게 좋은 예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입법들은 대부분 양면성을 갖고 있다. 최저임금제는 고용주가 노동자의 열악한 처지를 악용해 임금을 무한정 깎는 것을 막자는 것인데, 고용주에겐 고용을 포기할 권리가 있다. 그래서 잘못 운용되면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 최저임금제가 제구실을 하려면 실업자 대책이 충분해야 한다. 그래야 기업들도 임금을 깎기보다 생산성을 높이는 쪽으로 움직인다.

2007년 7월부터 시행된 비정규직 보호법의 ‘기간제 고용 2년 제한’은 고용주로 하여금 2년간 일해 숙련도가 쌓인 사람을 해고하고 다른 사람을 뽑을지, 아니면 그를 정규직으로 전환해 계속 쓸 것인지 선택하게 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분석 결과를 보면, 법이 시행된 뒤 1년간 비정규직은 22만명 줄고, 정규직은 44만명 늘었다.

그런데 정부가 7월 확대 시행을 앞둔 이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한다.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대거 해고할까 걱정해서란다. 그런 일은 생기지 않을 테니, ‘악어의 눈물’일 뿐이다. 정규직 전환 채용을 포기하는 기업들도 일감이 있는 한 사람을 쓴다. 문제는 계약이 끝난 노동자들이 회사를 옮겨야 한다는 점이다. 정부는 이들의 불안감을 부추기고, 악용하고 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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