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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야!한국사회] 통일 담론에 생태의 옷을 입히자 / 우석훈

등록 2009-02-25 21:02

우석훈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우석훈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야!한국사회
우리는 너무 위태로운 나라에서 위기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울리히 벡의 ‘위험사회론’이 한국에서 잘 먹히지 않는 이유가, 우리는 원래 위험했던 민족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따져보면, 당대의 천재였던 이상·김유정을 비롯해 선배 문필가들이 일제 강점기의 답답함을 이기지 못하고 농주에 빠져 살다 30대 초반에 비명횡사한 이래, 하늘의 별을 노래하던 윤동주가 북간도의 별로 사라진 이래, 우리는 언제나 위험했다. 신자유주의가 삶의 안정성을 ‘전지구적으로’ 무너뜨렸다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시큰둥하게 “그래서 어쩌라구!” 하는 반응을 보이게 된 것은, 우리는 늘 위험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성수대교가 무너지고, 삼풍백화점이 무너지고, 남대문이 불에 타도, 우리는 결국 잊었다. 노무현 시절, 신자유주의가 강화되고 ‘격차 사회’로 가는 양극화 현상이 진행되어도, 설마 더 나빠지기야 하겠어, 스스로 ‘좌파 신자유주의’라고 부르던 정권이 러시안룰렛처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졸속 강행할 때도 많은 한국인은 설마 더 나빠질 거야 있겠냐며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그렇게 위태한 겨레다.

이 불안감의 근저에는 분단과 통일이라는 문제가 있는 것이 사실인 것 같다. 우리는 대치 상황이었고, 한국의 주한미군은 위험수당을 받는다. 따져보면 이명박 정부 같은 경제적으로 황당하게 무능한 정부가 국민의 30%나 되는 지지를 아직도 받고 있다는 점은, 분단 현실이라는 점을 떼어놓고서는 상상하기 어렵다. 벌써 10% 미만의 지지율을 기록해야 할 것 같은 참담한 이 정부는, 그래도 ‘반북’이라는 든든한 지침대로 30% 언저리를 버티고 있으니, 아마 한국 안의 많은 것들은 외국과 비교하면 분단으로 말미암아 약 20% 정도 왜곡되어 있을 것 같다. 한국의 좌파들은 그 정도 민족주의 성향이 강하고, 한국의 우파는 그만큼 더 극우파 쪽에 가깝지 않을까? 물론 매순간 20% 정도 편차가 생긴다고 하지만, 민주주의 절차 내에서 이 정도면 거의 매번 잘못된 판단들을 집단적으로 내리면서 이 국민경제를 버텨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통일 흐름에서 제일 절망한 순간은 금강산에 들어간 현대아산이 제일 처음 했던 합작사업의 하나가 골프장 만드는 사업이라는 점이다. 이것은 좌파들이 주도하는 통일 담론이 어떤 모습이 될지 청사진처럼 보여주는 듯했다. 분단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한국에서 중요한 ‘위험 관리’ 중의 한 요소고, 이 위험 관리를 잘 못한 이명박 정부는 금융위기라는 국제적 위기 한복판에서 북한 미사일 위험이라는 추가적 위험 하나를 더 얹었다. 잘한 일은 아닌 것 같다.

통일-분단-빨갱이로 이어지는 이 20% 가까운 한국에 사는 사람들은 누구나 겪는 ‘편향’ 속에 나는 생태라는 고민을 하나 얹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싶다. 비록 국민들은 남과 북으로 갈라졌지만, 한반도의 생태계라는 하나의 축에서 이러한 국토의 절단은 생태적 관점에서는 인위적이고 우수한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분단의 산실, 비무장 지대(DMZ)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이런 고민을 같이 해보면 좋겠다.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생태관광, 이건 아니다. 금강산 골프장을 비무장 지대에서 또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제 통일담론에 생태논의 축을 하나 얹어야 한다. 그게 안 되면, 결국 비무장 지대도 허울만의 생태지역, 실제로는 무분별한 막개발, 그렇게 된다. 조사 없이, 계획 없이, 개발하지는 말자. 이명박의 생태 없는 녹색성장, 그게 김문수에게 생태 없는 생태관광이 될 수 있다.

우석훈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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