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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하나미 / 곽병찬

등록 2009-04-12 20:37

곽병찬 논설위원
곽병찬 논설위원
유레카
벚꽃 개화기인 3월말 4월초면 일본 열도는 열병을 앓는다. 하나미(花見) 때문이다. 우리말로 옮기면 꽃구경일 텐데, 봄철엔 매화·벚꽃·복사꽃 등이 지천으로 피지만 이젠 ‘사쿠라 하나미’로 굳어졌다. 일본인들의 마음이 얼마나 달뜨는지, 벚꽃 개화기 예보는 일본 기상청의 일년 농사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일이 됐다.

이때가 되면 가족·연인은 물론이고 각 회사는 부서별로, 각종 모임별로 거의 모든 인구가 하나미 명소로 몰려든다. 평소 질서 잘 지키고 깔끔하기로 유명한 일본인들이 하나미에서만큼은 마음껏 마시고 마음껏 떠들고 때론 마음껏 행패도 부린다. 난투극도 심심찮아 명소엔 구급차가 항상 대기한다고 한다.

하나미에 가장 즐기는 것 가운데 하나가 삼색 하나미 경단이다. 봄의 숨결을 상징하는 발그레한 색깔의 경단, 겨울의 흔적이자 눈물을 뜻한다는 흰색 경단, 다가올 여름을 상징하는 쑥색 경단이 그것이다. 경단(실속)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꽃(허장성세)보다 경단’이라는 속담까지 있다. 일본 원작의 드라마이고 한국 버전으로도 제작·방영된 <꽃보다 남자>의 제목은 여기에서 나왔다.

찬란한 겉모습과 달리 하나미의 밑바닥 정조는 덧없음이다. 오랜 기다림 끝에 눈부시게 피지만, 불과 사오일 만에 허물어지는 모습에서 인생무상을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인은 하필이면 벚꽃이 무더기로 떨어지는 사쿠라후부키를 가장 사랑한다고 한다. 최근 개봉됐던, 삶과 사랑의 찬란한 슬픔을 그린 <사랑한 후에 남겨진 것들>의 원제도 ‘하나미’였다.

한반도의 벚꽃 전선은 막 중부지방을 지나 북상한다. 지난주말 수도권은 절정이었다. 요즘 허물어지는 벚꽃과 함께 흩어져 날리는 게 또 있다. 지난 정권의 검은돈 다발이다. 꽃이 진, 볼품없는 벚나무를 하자쿠라라고 하지만, 권력의 하자쿠라는 끔찍하다.

곽병찬 논설위원 chank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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