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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미네르바 / 오태규

등록 2009-04-21 22:40

오태규 논설위원
오태규 논설위원
유레카
미네르바는 로마 신화에 나오는 지혜의 여신이다. 그리스 신화의 아테나에 해당한다. 아테나는 모든 신들의 왕인 제우스와 바다의 신 오케아노스의 딸 메티스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테나는 방패 아이기스에 괴물 고르곤의 목을 달고 다니며 전차를 비롯한 다양한 전쟁 무기를 발명한 전쟁의 여신이고, 방적·직조·도공·금세공 등에 관한 다양한 기술을 인류에게 전해준 기술의 여신이며, 더 나아가 지성과 지혜의 여신으로 불린다.

미네르바는 부엉이를 매우 좋아해서 항상 함께 다녔다. 부엉이는 미네르바의 상징물이라고 할 수 있는데, 세상을 살피고 세상에 신의 말을 전하는 전령 노릇을 한다. 이런 연유로 미네르바라는 단독 말보다는 미네르바와 부엉이를 조합한 ‘미네르바의 부엉이’라는 관용구가 흔히 사용된다.

미네르바의 부엉이가 우리에게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독일의 근대철학을 집대성한 변증법 철학자 게오르크 헤겔의 공이 크다. 그는 1821년 발간한 <법철학> 서문에서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이 깃든 뒤에야 날아오른다”는 유명한 말을 했다. 모든 사회적인 현상과 사건들은 그 사태의 끝 무렵이 되어서야 정확하게 그 실체를 알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뒤에 카를 마르크스는 1843년 <헤겔 법철학 비판> 서문에서 이를 빗대어 “모든 내적 조건들이 충족된다면, 독일 부활의 날은 갈리아의 수탉의 울음소리에 의해 고지될 것”이라고 헤겔을 비판한다.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인터넷 토론방 ‘다음 아고라’에서 경제와 관련한 글을 쓰던 중 괘씸죄에 걸려 구속됐던 박대성씨가 딱 100일 만에 무죄로 석방됐다. 그는 감옥에서 풀려난 뒤 인터뷰에서 “앞으로 경제 분야뿐 아니라 사회 비판 글도 쓰겠다. 경제·사회·정치·문화는 양분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의 미네르바는 감옥을 나온 뒤에 더욱 식견이 넓어진 모양이다.

오태규 논설위원 oht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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