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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야!한국사회] 비닐벨트, 원상복원이 답이다 / 우석훈

등록 2009-05-20 21:56

우석훈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우석훈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야!한국사회
박정희를 어떤 사람으로 생각하느냐에 따라서 아마도 한국인의 정치적 지형이 나뉘는 것 같다. 그를 끔찍했던 독재자로 생각하느냐, 아니면 다시없을 지도자로 흠모하느냐에 따라서 정치적 지형이 대체로 갈리는 것 아닐까 싶다. 미국의 네오콘 노선을 그대로 가지고 와서 합리적 보수 행세를 하는 뉴라이트 진영에 이 잣대를 가져다 대면 아마 그중에서 박정희를 흠모하는 사람이 꽤 많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난 박정희를 싫어하고, 그가 만들어낸 새마을과 같은 여러 가지 장치를 혐오하면서 어른이 되었다. 그리고 박정희 시대의 관치 경제가 다시 오지 않기를 바라면서 경제학자가 되었다.

그렇지만 내가 박정희의 공과에 대한 평가에서 딱 하나 높이 사는 것은 그린벨트 정책이다. 외국에서 일반적으로 박정희의 국토생태 정책에서 높게 평가하는 것이 그린벨트와 조림정책인데, 조림의 경우는 반드시 좋았던 것인지 조금 더 학술적 평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가 조림을 하지 않았다면 한국의 산에는 나무가 없었을까? 어쩌면 연료가 땔감에서 석탄으로 바뀐 자연스러운 변화 때문에 땔감용 벌목이 사라진 것이 아닌가에 대해서는 좀더 깊이 생각해볼 일이다. 그러나 그린벨트에 대해서는 정말로 이견이 없을 것 같다. 그가 민족의 지도자였는지, 아니었는지에 대한 정치적 판단을 유보하더라도 한국에 그린벨트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또 실제로 그걸 집행한 것은 대단하다고밖에 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이후의 한국 지도자들은 생태라는 점에서 박정희보다 못하다. 노태우는 토목경제를 국가적 반열에 올렸고, 김대중은 그린벨트를 풀었고, 노무현은 새만금을 강행했다. 이명박은? 그린벨트를 죽였다. 이게 도시와 녹지로 본 한국 현대사가 아닐까?

이 대통령은 지난 2월, 헬기 타고 내려다보면 서울 근교 그린벨트가 비닐하우스로 가득 차 있다고 하였다. 헬기에서 내려다보고 “저기 저기 개발하라”고 찍어주었다는 정주영의 ‘헬기 지시’가 떠오른다. 대통령의 이런 뜻을 받들어 ‘보금자리주택’이라는 개발 논리를 밀어붙이고 있는 국토해양부는 그야말로 현대그룹의 종기실(종합기획실)과 다를 바가 하나도 없다.

어쨌든 ‘비닐벨트’라고 졸지에 오명을 뒤집어쓰고 개발지로 전락한 우면, 세곡, 미사 등의 그린벨트 개발은 나중에 ‘지독한 개발자’ 이명박의 정신분석에 좋은 자료가 될 것 같기는 하다. 원칙대로 얘기하자. 정부는 법에 정해진 대로 비닐하우스가 된 그린벨트에 대해 ‘원상회복’ 조처를 내려야 한다. 그리고 나중에라도 ‘생태적 마인드’를 갖춘 대통령이 오면, 지금의 비닐벨트가 다시 복원될 수 있다. 그러나 비닐하우스가 있다고 그냥 개발해버리면, 그린벨트가 일종의 생태적 완충지로서 제구실을 하게 될 가능성은 없다. 조금이라도 생태적 정서가 있다면, 비닐하우스로 뒤덮인 그린벨트에 대해서 ‘원상복원’의 법적 명령권을 발동하는 게 맞지, 탈법적으로 “개발하자”라고 하는 게 맞을까? 그런데 불법 비닐하우스에 원상복원 대신, 개발을 하자는 것은 오히려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 이들에게 보상금을 높여주는 행위다. 개발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그린벨트에 지주들이 비닐하우스를 늘리고, 심지어는 조류 사육을 하게 되면 그만큼 보상액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번 조처로 오히려 비닐벨트는 더 늘어날 것이고, 그린벨트는 오히려 속도를 더해 망가질 것이다. 이 지독한 ‘생태맹’ 시대에 도대체 우리가 무얼 할 수 있을까?

우석훈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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