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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후계자 / 김지석

등록 2009-06-07 21:25

김지석 논설위원실장
김지석 논설위원실장
서른두 살의 김정일을 김일성의 후계자로 결정한 것은 1974년 2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5기 8차 전원회의지만, 그는 훨씬 전부터 후계자로 인정받고 있었다.

그가 73년 9월 7차 전원회의를 통해 당의 핵심인 조직·선전 부문을 넘겨받은 뒤, 그를 유일한 후계자로 받들겠다는 결의서와 맹세문이 전당적으로 작성됐다. 앞서 70년 5차 당대회 준비 과정에서부터 그를 후계자로 옹립하려는 움직임이 혁명 1세대(빨치산 그룹)를 중심으로 본격화했고, 71년 4월 중앙위 2차 전원회의에서는 그를 조직·사상 비서에 앉히자는 제안이 나왔다. 그는 그전에도 김일성종합대학을 졸업한 64년부터 노동당 핵심 부서에 있으면서 권력의 한 축을 이뤘다. 결국 그는 김일성이 숨진 94년까지 적어도 20년간, 길게는 30년간 후계자 수업을 한 셈이다.

김정일의 후계자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셋째 아들 김정운은 아버지에 훨씬 못 미친다. 권력승계 단계로 보면 김정일의 70~73년 정도에 해당하지만, 당시 김정일이 확보한 권력기반과 엘리트층 내 폭넓은 지지가 아들에게는 결여돼 있다. 2005년 김일성군사종합대학을 졸업한 그는 최근에야 국방위원회 등에서 주요 직책을 맡은 것으로 전해진다. 여건이 이런데도 권력승계를 강행한다면 상황이 그만큼 다급하기 때문일 것이다. 비정상적 3대 세습 외의 대안을 찾을 여유조차 지금 북한에는 없다고 봐야 한다. 그래서 김정운이 후계자(successor)로 안착할 수 있을지 여부도 의문이다.

‘김일성 왕조’라는 말이 있긴 하나 왕위 계승과 권력세습은 다르다. 북한의 권력은 물려받는 게 아니라 쟁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김정운은 서방 언론이 표현하듯이 권력 상속자(heir)라기보다는 일단 다른 경쟁자보다 유리한 위치에 올라선 수익자(beneficiary)에 가깝다.

김지석 논설위원실장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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