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철우 기자
지상 최대 인공태양이라 불릴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이터) 개발 프로젝트가 2007년 10월24일 국제기구를 갖춰 출범했다. 라틴어로 길, 여정을 뜻하기도 하는 이터는 태양 에너지의 발생 원리인 핵융합을 이용해, 대안의 핵융합발전소를 실현해 지구촌 에너지난을 풀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내걸었다. 목표는 2040년 상용 발전 실현이다. 최근 이터 참여국인 유럽연합과 한국, 일본,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 등 7개국이 프로젝트 청사진을 다시 논의하고 있는 모양이다. 영국 과학저널 <네이처> 보도를 보면, 실험로에 들어갈 원자재 값이 올라 비용이 늘고 있고 실험단계 핵융합로의 규모에 대해서도 논의중이며 국가간 연구개발 협력의 비효율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한다. 비용이 계획(50억8천만유로)보다 늘면 9.09% 분담국인 한국에도 추가 부담이 생긴다.
스위스 제네바 부근에 세워진 거대 강입자가속기(LHC)는 설계 단계인 이터와 달리 완공 시설이지만, 거대 시설의 어려움을 다른 방식으로 겪고 있다. 지난해 9월10일 우주 탄생의 수수께끼를 푸는 실험장치로서 첫 가동을 했지만 9일 만에 고장을 일으켜 지금까지 멈춰 있다. 지금은 수리가 마무리돼 내부에선 만족스런 평가를 받는 모양이다. 10월께 재가동한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하지만 일각에선 걱정이 남아 있다. 길이 27㎞에다 실험 참여 연구자만 세계 1만여명인 지상 최대 실험기계 규모이니, 무수한 부품 중 어디에서 다른 고장을 일으킬지 모르기 때문이다. 국내 물리학 교수는 ‘실험기계를 길들여 가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시설과 인력의 규모가 거대한 연구개발 사업을 거대과학(빅 사이언스)이라 부른다. 이터와 엘에이치시는 지구촌 규모의 거대과학이다. 두 거대과학에 쏠린 관심과 기대가 거대한 만큼 거대과학이 마주치는 역경과 비용도 거대한 것 같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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