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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처널리즘 / 오철우

등록 2009-07-08 21:10

오철우 기자
오철우 기자
뉴스 포털에서 마주치는 비슷한 기사들의 출처를 좇다 보면, 결국엔 홍보자료나 통신사 뉴스 원문에 이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여러 기사를 처리해야 하고 마감에 쫓기는 기자들이 홍보자료나 통신 뉴스에 의존하면서 벌어지는 일이다. 그래서 다양한 매체의 기사들이 넘치지만 매한가지 기사를 읽는 셈인 경우도 있다.

비슷한 뉴스를 대량생산하는 언론의 일그러진 모습을 일러 서양 언론학계에선 요즘 처널리즘(churnalism)이라 부르는 모양이다. 처널리즘은 기계적으로 대량생산하는 일(churn out)을 뜻하는 말과 저널리즘이라는 용어를 합쳐 만든 새말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기고하는 탐사보도 언론인 닉 데이비스는 지난해 쓴 책 <평평한 지구 뉴스>에서, 영국 주요 신문의 기사 가운데 매우 많은 부분이 홍보자료나 통신 뉴스를 재구성한 것으로 보인다는 대학 연구팀의 조사 결과와 함께 이와 관련한 언론 보도 현실을 전해 파문을 일으켰다. 그가 만든 말은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처널리즘은 그를 통해 영국에서 논란의 열쇳말로 떠올랐다. 비판 대상이 된 언론인과 홍보전문가 쪽의 반론이 이어졌고 데이비스는 여러 토론의 초청인사가 됐다.

홍보자료에 의존하는 현상은 난해한 전문 영역을 다루는 과학기술 보도에서도 심심찮게 나타난다. 그래서인지 얼마 전 런던에서 열린 세계 과학언론인 회의에서 처널리즘은 주요 관심사 중 하나였다. 데이비스의 초청 대담이 열렸고, 점점 전문화하는 홍보가 언론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과학 탐사보도는 존재하는지 묻는 주제발표가 따로 열렸다. 흩어진 정보를 정돈해 기자한테 편의를 주는 홍보자료는 나름의 이점을 지니는 반면 저널리즘을 게으르게 할 수 있다. 대량생산, 효율화, 속보에 매달리는 언론 경쟁 현실에서 처널리즘은 언론이 과연 무엇을 얻고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다시 생각하게 한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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