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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소문의 힘 / 김종구

등록 2009-07-09 18:14

김종구 논설위원
김종구 논설위원
로마 신화에 나오는 ‘소문의 여신’ 이름은 파마(Fama)다. “소문은 세상의 악 가운데 가장 빠르다. 밤에도 어둠을 헤치고 날아다니며, 한시도 눈을 감고 단잠을 자는 일이 없다.” 시인 베르길리우스의 장편 서사시 <아이네이스>의 한 구절이다. 소문은 때로는 역사를 뒤흔들기도 한다. 아테네의 정치가 티마이오스는 상습 매춘을 했다는 소문의 덫에 걸려 파멸했다. 1990년 9월 이라크 병사들이 쿠웨이트 병원 인큐베이터에서 신생아들을 꺼내 아기들이 사망했다는 소문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정당화하는 한 근거로 작용했다. 최근 우루무치 유혈사태도 “위구르 노동자들이 한족 소녀 2명을 성폭행했다”는 소문이 발단이 됐다.

“좋은 소문은 멀리 퍼지고, 나쁜 소문은 더 멀리 퍼진다.” “소문은 소경이다. 하지만 바람보다 더 빨리 달린다.” “소문은 위조 지폐와 같다. 올바른 사람이라면 당연히 만들지 말아야 하는데 사람들은 계속 소문을 양산한다.” 나중 말은 나폴레옹이 했다고 하는데 이것 역시 소문이다. 나폴레옹이 실제로 그 말을 했는지는 증명되지 않는다.

미국 하버드대 심리학 교수인 고든 앨포트가 만든 공식에 따르면, 소문(Rumour)의 강도는 정보의 중요성(importance)과 상황의 불확실성(ambiguity)의 곱에 상응(R=i×a)한다. 1940년대 초 진주만 공습과 60년대 후반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죽음 이후 미국은 소문에 대응하기 위해 ‘루머 클리닉’과 ‘루머 통제센터’를 만들기도 했으나, 소문을 통제하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소문은 거짓일 수도 있고, 진실일 수도 있다. 진위는 시일이 흘러야 알 수 있다. 다만 “거짓 정보는 소문의 선구자”인 것만은 분명하다. 인터넷 사이트들에 대한 사이버테러의 배후가 북한이라는 주장은 과연 진실일까, 아니면 근거 없는 소문에 불과할까. 김종구 논설위원 kj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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