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철우 기자
지난 2000년 누구나 최신의 과학 논문을 자유롭게 읽을 수 있게 하자며 과학 지식의 공개접근(오픈 액세스)을 표방한 ‘과학의 공공도서관’(PLoS·플로스) 재단이 미국에서 설립됐다. 2003년에 공개접근 학술지 <플로스 바이올로지>를 창간해 반향을 일으켰던 재단은 지금 무려 7종의 학술지를 낸다. 꿈을 먹고사는 ‘재야의 학술지’가 아니라 영향력 높은 저널로 꼽히는 자리에 올랐다. 플로스는 과학계에서 공개접근 운동을 상징하는 열쇳말이 됐다. 이런 공개접근 학술지들은 과학 학술지 출판사들의 값비싼 구독료 영리정책에 반대하며 과학 지식 공유를 제1 원칙으로 내건다. 수많은 과학 연구가 세금으로 이뤄지고 있기에 그런 연구로 얻어진 공공 지식은 공유하는 게 마땅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재단이 출범 10년째를 맞아 지나온 길을 되짚고 앞을 내다보는 소책자 <진보 리포트>를 내어 최근 누리집(PLoS.org)에 올렸다. 보고서는 이상으로만 여겨지던 ‘과학 지식 공유’가 이제 튼튼한 뿌리를 내렸음을 보여준다. 목표대로 2010년엔 재정 자립을 이루리라는 낙관과 자신감도 담겼다. 책자엔 공개접근이 좋은 세 가지 이유가 요약됐다. 첫째 공공기금으로 이뤄진 연구들을 납세자들도 거저 볼 수 있으니 연구투자의 결과를 향유할 수 있고, 둘째 더 많은 교육자·학생이 최신 연구를 쉽게 접하니 교육 효과를 증진하며, 셋째 과학자들이 다른 이들의 연구결과를 제한 없이 보니 과학적 발견이 촉진된다는 것이다.
지식 상업화가 주류인 현실에서 대안의 노력은 여전히 힘겹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얼마 전 공개접근 학술지가 등장하고 지구촌에선 창조적 정보공유(CCL) 운동이 퍼지고 있으며 위키피디아 같은 지식 공유 성공사례도 있으니 그나마 힘이 된다. 공공의 지식·정보가 안착한 모범사례들이 더 늘어야겠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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