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철우 기자
지구 중력의 순리를 거스르고 엄청난 화염을 분사하며 땅을 박차고 날아오르는 저 날렵한 몸매의 쇳덩이, 저것은 무엇이냐? 미사일이기도 하고 로켓이기도 하며 위성발사체이기도 하다. 기본 원리는 같은 비행물체이지만 쓰임새에 따라 이름이 다르다. 앞자리에 폭탄이 붙으면 미사일이고, 위성이나 탑승모듈을 달면 우주발사체다. 로켓은 겹쳐 쓸 수 있는 말이기에 뜻풀이 부담이 적다.
최근 북한 외무성이 나로호(KSLV-Ⅰ) 발사 계획에 대해 한마디 했다. “6자회담 참가국들이 남조선의 위성 발사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상정하는지 주시해볼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4월 북한이 쏜 위성발사체를 두고 국제사회가 ‘장거리 미사일 개발용’이라고 규정하고 제재를 담은 안보리 의장성명을 채택했으니, 나로호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지 두고 보겠다는 으름장이다. 앞서 일본 언론들도 한국 첫 우주발사가 북한을 자극할지 모른다며 한국과 러시아의 기술협력에도 경계의 시선을 보냈다.
사실 미사일과 우주발사체 사이의 기술 장벽은 그리 높지 않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위성발사체 못잖은 고도까지 올라갔다가 포물선을 그리며 대기권에 다시 진입하는데, 그때 탄두가 얼마나 견딜지, 목표점까지 비행을 어떻게 제어할지가 관건이다. 위성발사체는 인공위성을 미리 계산된 정밀 궤도에다 정확히 들여보내는 제어 기술이 관건이다. 가장 중요한 엔진은 같다.
우주발사 기술은 군사용과 위성발사용을 넘나들 수 있기에, 한국 땅에서 처음 이뤄지는 우주발사에 주변국들이 반응하는 것은 처지 바꿔 생각할 때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기술개발국이 국제사회에서 얼마나 신뢰를 쌓아가는지가 더욱 중요하다. 나로호의 스토리텔링은 국내에서 온통 민족적 감격에 맞춰지겠지만 눈을 넓혀 국제사회의 반응과 평가도 들어야겠다. 나로호는 거대 과학기술이자 복잡한 정치경제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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