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야!한국사회] 토건 쿠데타, 무등산의 케이블카 / 우석훈

등록 2009-08-12 20:22

우석훈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우석훈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예전에 어떤 책에서 ‘토건 전주’와 ‘고담 대구’라는 표현을 쓴 적이 있다. 최근 토건이라는 눈으로 보면 전주나 대구나 그렇게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특정 고등학교 출신들이 지역 토호로 지방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나, 특정 정당이 기초의회를 비롯해 지자체를 사실상 싹쓸이하듯이 독점하고 있는 것이나, 지역 건설체가 살아야 한다고 목숨 걸고 토건에 매진하는 것이나 전혀 달라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토건주의라는 것이 지금 이명박 정부를 만나서 그 절정기로 달려가고 있는 중이다. 4대강 사업이 한국의 토건을 지금 이끌고 있다면, 지역의 크고 작은 관광사업들이 지역 토건을 이끌고 있는 셈이다. 이런 토건에도 나름대로 유행이 있는데, 골프장이 한동안 이 토건 트렌드의 맨 앞을 끌었다면 최근 이 흐름을 맨 앞에서 이끌고 있는 것은 케이블카다. 왜냐하면 어지간한 데는 이미 뚫을 만큼 뚫었는데, 국립공원이나 도립공원은 토건세력이 들어가기 어렵기 때문에 케이블카를 선봉장으로 세워 새로운 토건 영역을 만든 셈이다. 민족이 지켜온 영산인 지리산과 한라산도 이 흐름에서 예외는 아니다. 전국의 명산이라는 명산이 전부 케이블카를 앞세운 토건세력 앞에서 버거운 싸움을 벌이는 중이다.

최근 한국 민주화의 성지이자 문화의 예향인 광주에서 차마 눈을 뜨고 볼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도립공원인 광주의 무등산은 지금 국립공원으로 승격시켜서 생태적 보호를 강화하려는 흐름이 있었는데, 시의회에서 갑자기 비밀투표로 ‘광주광역시 무등산 자연경관의 보호 및 관광자원 활용에 관한 조례’라는 것을 통과시켰다. 이름은 복잡하지만 무등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것을 시의 조례로 시의원들이 전격적으로 강행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것은 광주시민에 대한 일종의 쿠데타에 가까운데, 이 일이 벌어질 수 있게 된 배경은 더욱 황당하다. 광주시의회에는 13명의 시의원이 있는데, 이들 모두 민주당 소속이고 다른 한 명은 무소속이다. 참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대구나 전주, 광주와 같이 한국사에서 중요한 구실을 했고, 민주주의와 함께 생태화를 이끌어 나갈 이런 도시들의 공통점은 특정 정당이 지자체를 장악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 안에서는 지역 건설사와 토호들의 나눠 먹기만 있지, 도대체 풀뿌리 민주주의와 지역 생태라는 것은 도저히 찾아보기가 어렵다. 그래도 이번의 광주처럼 지역 조례를 무기명 투표로 통과시켜 버리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사실상의 쿠데타이다.

자, 광주의 절대 왕자 민주당, 말 좀 해봐라. 당신들은 지금 집권만 하면 4대강 사업을 비롯한 토건사업을 해체하고 생태적 경제 운용을 할 것같이 얘기하고 있지만, 지금 민주당이 완벽하게 장악한 광주에서 벌어지는 이 상황을 보고 국민들에게 납득이 갈 수 있게 설명 좀 해주시기 바란다. 책임정치라는 명분으로 2006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야합으로 기초의원까지 전부 정당 추천으로 바꿔놓고 완벽하게 민주당이 장악한 광주의회에서 벌어진 지금의 현실을 보라. 당신들이 4대강 사업이 토건사업이고 이명박 정부가 잘못하고 있다는 지금의 정치 캠페인에서 정말로 대안세력으로서의 믿음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자기 텃밭에서부터 잘해야 하는 것 아닌가? 정당이 책임진다고 당신들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말했다. 그렇다면 광주 케이블카 문제부터 해결하고, 앞장서서 무등산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고, 그리고 한나라당이 토건경제라고 말하라. 그러면 당신들에게 힘이 실릴 것이다. 자기 앞마당에서는 케이블카와 막개발을 쿠데타처럼 추진하면서 한나라당 문제 있다고 하면, 전혀 문제 있어 보이지 않는다.

우석훈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헌재에서 헌법과 국민 우롱한 내란 1·2인자 1.

헌재에서 헌법과 국민 우롱한 내란 1·2인자

윤석열은 왜 이리 구차한가 2.

윤석열은 왜 이리 구차한가

부끄러움을 가르치는 학원이 필요하다 3.

부끄러움을 가르치는 학원이 필요하다

문제는 윤석열이 아니다 [김누리 칼럼] 4.

문제는 윤석열이 아니다 [김누리 칼럼]

샘난다, 뉴욕의 갤러리 문화 [크리틱] 5.

샘난다, 뉴욕의 갤러리 문화 [크리틱]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