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훈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이명박 정부에서 녹색성장을 추진하면서 대대적인 그린벨트 해체를 같이 추진하려다 보니, 자신들도 뭔가 어색하게 느꼈나 보다. 이건 원래 풀려고 했던 곳이다, 그리고 그곳에는 보존할 녹지가 있던 것이 아니라 그린하우스만 있던 곳이다, 이런 얘기들을 하는 걸 보면, 내부에서도 뭔가 이상하다고 지적하는 사람이 있기는 한가 보다. 일단 현행법의 취지대로 하면, 손상된 그린벨트 지역에는 ‘원상회복 명령’을 내리면 되는데, 그런 걸 하지 않고, “기왕 망가진 거 개발하고 보자”라는 지금의 흐름은 일단 반생태적인 것이다. 녹지가 망가졌으면 복원을 해야지, 이보다 훨씬 더 생태 부하가 높은 대형 아파트 단지를 추진하는 것을 생태적이거나 친환경적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그린벨트 훼손에 대한 책임을 이명박 정부에만 묻기는 어렵다. 그린벨트를 처음 풀었던 것은 디제이 시절의 일이었고, 노무현 시절에도 이런 흐름은 계속되었다. 빈민운동과 환경운동은 그린벨트를 놓고 계속 충돌했는데, 주거권과 도시 생태 문제는 풀기가 쉽지 않은 문제이다. 솔직히 말하면, 디제이 시절의 그린벨트 정책을 이명박은 그대로 승계한 것이다. 도시가 발전하면 어떤 식으로든 생태적 기능을 갖춘 생태계가 필요하고 녹지 면적이 필요하다. 그래서 그린벨트든 혹은 녹지 공간이든, 그런 생태계를 도시가 확보하려고 한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어느 나라든 개발의 시기가 한 번쯤은 있는데, 그때 손쉽게 대지를 확보할 수 있는 그린벨트 같은 곳에 가난한 사람들의 임대주택을 지으려는 시도를 했다. 우리가 지금 그런 순간이다. 생태보존지역에 임대주택 위주로 가난한 사람들을 정착시키려 한 시도는 대개 실패했다. 10년 혹은 그 이상이 지나면 슬럼지역으로 바뀌게 되는 부작용이 나타난 것이다. 아무래도 주민들이 가난하다 보니, 기반시설과 편의시설에 대한 투자가 약해지고, 단지 관리도 부실해져 결국 슬럼이 된 경우가 많다.
그린벨트를 풀 것인가는 또 하나의 문제이고, 임대주택 위주의 대규모 단지를 만들 것인가는 또다른 문제이다. 어쨌든 지금까지 수십년간 외국의 경험으로 우리가 알게 된 것은 부자와 가난한 사람을 지역적으로 격리하고, 그렇게 완전히 따로 살게 하는 것이 좋지는 않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좌파든 우파든, 정치인들은 그린벨트에 대규모 임대주택을 만들면 주택 문제가 해결된다는 너무 손쉬운 정답을 찾아갔는데, 그게 그렇게 쉬운 문제가 아니다. 단지형 임대주택이든 매입형 공공주택이든 소규모의 분산형으로 나가는 것이 더 효율적이고, 사회 통합의 시각에서도 더욱 건전하다.
그린벨트에 임대주택을 잔뜩 지으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개발시대의 발상을 이제는 접고, 어떻게 지금의 공간 속에서, 그리고 국토라는 큰 그림 속에서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 다시 고민해보자. 매입 임대주택 같은 것도 호응이 좋았다. 각종 재개발에서 생겨나는 불로소득을 조세를 통해 적절히 환수하면서 소규모 분산형으로 임대주택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 도시 생태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대규모 슬럼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피해 나가는 길이다. 유럽과 미국이 개발 시기에 지금 이명박처럼 했다가 슬럼 지역의 외국인 2세라는 아주 골치 아픈 문제들을 안고 있다. 주거는 공간과 문화의 문제이다. 이미 한국은 선진국이라서 정주영의 반값 아파트가 정책이 되기 어려운 시대이다. 자연도 살리고, 가난한 사람에게 거주권도 보장하면서 지역경제도 해치지 않는 그런 방안을 찾아야 한다. 서울의 그린벨트 개발,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우석훈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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