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철우 기자
개는 이제 사람과 가장 친한 반려동물 중 하나다. 그런 개가 야생 늑대의 본성을 버리고 어떻게 사람들의 울타리 안에 들어와 살게 됐는지는 오랜 궁금증으로 남아 있다. 개의 선택이었을까, 사람의 선택이었을까? <개에 대하여>를 쓴 동물전문가 스티븐 부디안스키는 ‘개의 선택’ 쪽에 무게를 두는 견해를 제시해 눈길을 끈다. 여러 증거로 볼 때 개의 가축화는 1만년 전 무렵에 이뤄졌는데, 늑대와 개가 다른 종으로 갈라져 서로 다른 진화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은 훨씬 더 오래전이었다고 한다. 개는 가축이 되기 전에 이미 개였다는 얘기이고, 사람이 늑대를 길들여 개로 만든 게 아니라 이미 있던 개가 인간 사회에 들어오게 됐다는 풀이다.
며칠 전에 나온 새로운 과학 뉴스가 눈길을 끈다. 미국 과학저널인 <사이언스>는 중국·스웨덴 연구팀이 개의 가축화는 1만6000여년 전 무렵 아시아 동쪽 지역인 양쯔강 남부에서 시작됐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고 전했다. 방대한 조사와 분석의 결과물이다.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의 개 1500마리와 늑대 40여마리를 대상으로 미토콘드리아 디엔에이를 비교 분석해 보니 아시아 개들의 유전자가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물론 개의 기원이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시작됐는지는 과학계의 오래된 논쟁거리이고, 그래서 이번 연구 결과 하나로 그 논쟁에 마침표를 찍기는 어렵다.
어쨌건, 개의 기원에 관한 여러 학설은 개를 반려동물로 삼는 인간 사회에서 점점 더 관심을 끌고 있는 듯하다. 과연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출현해 지구 각지로 퍼져나간 것처럼, 개는 아시아에서 출현해 각지로 퍼져나갔던 것일까? 개의 아시아 기원설을 뒷받침할 다른 증거가 더 많이 발견된다면, 화려한 혈통과 가문의 서구 견공들 못잖게 아시아 견공들을 바라보는 눈도 달라질 것 같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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