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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홍삼 / 함석진

등록 2009-09-28 21:39수정 2009-09-29 19:31

함석진 기자
함석진 기자
인삼의 학명에는 ‘파낙스’(panax)란 말이 들어 있다. 라틴어로 모든 걸 치료한다는 뜻이다. 만병통치약을 뜻하는 영어단어 ‘패너시아’(panacea)도 여기서 왔다. 중국에서 인삼은 불로장생의 뿌리였다. 특히 우리나라 것을 명품으로 쳤다.

조선 세종은 중국에 바치는 조공 물품으로 금은 대신 인삼을 넣는 아이디어로 국부 유출을 막기도 했다. 당시엔 인삼 재배 기술이 없던 시기라 유통되는 것은 모두 산삼이었다. 조정에서는 조공 물량을 대기 위해 강원도·함경도 등지에 채삼사를 보내 채취를 직접 지휘했다. 동원된 백성들은 인삼 때문에 논밭, 집, 몸을 망친다고 해서 ‘人三’(사람을 세 번 죽인다는)으로 부르기도 했다.

부르는 게 값인지라 도라지나 인삼 자른 것에 잔뿌리를 아교로 정교하게 붙여 파는 위조 인삼이 등장하기도 했다. 인삼은 6년산을 최고로 친다. 신기하게 7년 넘게 자라면 표피가 나무 질이 되고, 말리면 속이 빈다. 식물 섬유질로 나이테를 심는 정교한 기법까지 나왔다고 한다.

수삼을 증기로 여러 번 쪄서 말린 것을 홍삼이라고 한다. 신종 인플루엔자 여파로 요즘 추석 선물용 홍삼이 ‘금삼’이 됐다. 홍삼은 1996년 전매제 폐지로 지금은 시설만 갖추면 누구나 가공해서 팔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약제가 사람의 몸을 다스리는 원리를 독의 작용으로 본다. 홍삼은 인삼의 성질을 좀 죽이긴 했지만, 성분이 같아 체질에 따라 오히려 병을 얻기도 한다.

홍삼의 특정 성분이 인체의 면역력을 어느 정도 강화해주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요즘 업체들의 광고를 보면 명약 수준도 넘어섰다. “신종 인플루엔자를 잡아드립니다”라는 문구도 버젓이 쓰인다. 홍삼 0.1%를 넣어 맛만 낸 것을 ‘홍삼 원액’이라고 쓰기도 한다. 예나 지금이나 돈 앞에서 양심은 늘 도맷금인 모양이다. 함석진 기자 sj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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