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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월마트 / 정남구

등록 2009-09-29 19:47

정남구 기자
정남구 기자
대공황 때인 1930년 8월 미국의 마이클 컬렌이 창고를 개조한 새로운 개념의 대형매장을 뉴욕주 자메이카에 처음 열었다. 소비자들이 도시 외곽의 매장으로 차를 타고 찾아가 쇼핑 수레에 맘대로 상품을 골라 담을 수 있는, 그 어느 곳보다 값이 싼 ‘슈퍼마켓’의 등장은 작은 혁명이었다. 소규모 가게들이 확산을 막아보려 집단행동에 나서기도 했지만, 소비자들의 환호 앞에선 소용없는 일이었다.

샘 월턴은 유통업의 역사에 ‘킹 컬렌’보다 더 뚜렷이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 1962년 7월2일 그는 아칸소주 로저스에 ‘월마트’를 열었다. 1호점은 큰 성과를 못 냈지만, 이후 월마트의 성장은 눈부셨다. 세계로 구매와 판매망을 확대한 월마트는 수많은 상품의 가격을 떨어뜨려 소비자들에게 혜택을 가져다주었다. 지구인들은 인플레이션을 잊고 지냈다. 월마트의 매출은 2007년 3511억달러로 전세계 기업 가운데 최대였다.

미국 노동부 장관을 지낸 로버트 라이시는 1980년대 이후 미국 자본주의는 월마트와 월스트리트라는 두 날개로 날아왔다고 했다. 소비자에게는 값싼 상품을, 투자자들에게는 더 높은 수익을 안겨주는 것을 최고 가치로 치는 이른바 ‘슈퍼자본주의’다. 이 체제 아래 인간은 소비자나 투자자로 부각될 뿐, 노동자의 모습은 없다. 낮은 급여와 모호한 복지혜택에 허덕이는 것은 월마트의 노동자들만이 아니다.

미국 <시비에스>(CBS) 방송의 뉴스 프로그램 ‘60분’과 연예잡지 <배니티 페어>가 최근 공동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월마트가 오늘날 미국을 가장 잘 상징하는 기구로 꼽혔다고 한다. 자산 거품의 확대를 투자수익으로 믿고, 빚을 내 소비를 늘려온 미국 자본주의 시스템에 큰 탈이 나버린 지금, 미국인들은 자신들이 소비자와 투자자일 뿐 아니라 노동자이기도 한 ‘시민’임을 깨달았을까?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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