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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북미 원주민

등록 2005-05-30 19:11수정 2006-02-21 18:37

“착하고, 내 말을 무척 빨리 따라하는 것으로 보아 머리가 아주 좋은 종족인 것 같다.” 크리스토퍼 콜롬버스(1451~1506)는 1492년에 만난 아메리카 원주민의 첫인상을 <항해일지>에 이렇게 썼다. 미주 대륙을 인도로 착각하는 바람에 ‘인디오’라고 부른 이 ‘선한 야만인’들에게 말을 가르쳐 노예로 쓸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기대했다.

뒷날 북미로 건너간 유럽인들에게 원주민은 없애거나 격리시켜야 할 존재로 변했다. 땅 때문이었다. 디 브라운이 쓴 <나를 운디드 니에 묻어주오>란 책은 원주민들의 장엄한 투쟁의 기록이며, 진짜 야만인이 누군인지 보여준다. 1890년 크리스마스 사흘 뒤, 미군이 여자와 어린이 230명을 포함한 350명의 원주민 포로 중 300명을 죽인 ‘운디드 니’ 학살은 그저 한 사례일 뿐이다.

원주민에 대한 숱한 오해를 한방에 날려버리는 글이 있다. 수쿠아미족의 추장 시애틀이 1855년 “땅을 팔라”고 요구하는 프랭클린 피어스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다. 미국 독립 200돌을 맞아 공개된 편지에서 추장은 “우리는 갓난아기가 엄마의 심장에서 들려오는 고동소리를 사랑하듯 이 땅을 사랑한다”며, “오직 광야를 가로질러 흘러가는 구름의 그림자만 남더라도 여전히 우리 백성들의 영혼을 간직하고 있을 해변과 숲을 사랑해 달라”고 간곡히 요청했다. 그 편지를 읽으면, 누구라도 환경·생태주의자가 될 것이다.

유럽인이 건너가기 시작했을 때 500만명이 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미국 원주민 수는 지금은 100만명으로 줄어있다. 그 중 3분의 2가 사막이나 황야의 보호구역에서 어렵게 산다. 미국 상원이 뒤늦게 원주민에 대한 살육과 계약 위반을 사과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한다. 악어의 눈물 같기도 한데, 잔혹한 전쟁범죄를 정당화하려는 일본 지도자들과 견주면 그래도 한 줄기 양심이 느껴진다.

정남구 논설위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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