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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대통령의 양심 / 정석구

등록 2009-10-19 18:24

정석구 선임논설위원
정석구 선임논설위원
양심은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도덕적 판단 능력이다. 선한 일을 할 때는 기쁘지만 악한 일을 하면 마음의 고통과 가책을 느끼게 하는 게 양심이다. 그래서 독일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는 “양심은 내적 법정, 즉 우리 마음속에 있는 도덕의 재판소”라고 했다. <맹자> ‘고자(告子)편’에서도 사람의 내면에 있는 인의(仁義)를 양심이라고 보았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중 양심이라는 말과 가장 잘 어울리는 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일 것이다. 그는 박정희 유신독재 아래서 갖은 탄압을 받으면서도 ‘행동하는 양심’을 기치로 내걸고 독재정권과 맞서 싸웠다. 1980년 5·18 광주항쟁 때 체포돼 “우리 말을 들으면 대통령 말고는 다 시켜주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죽이겠다”는 신군부의 회유와 협박을 받았지만 “광주에서 희생된 사람들을 생각하면 양심상 살겠다고 할 수 없어 죽는 길을 택했다”고 했다. 올해 6·15 기념행사에서는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겼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사법시험에 합격했지만 변호사로 돈이나 벌면서 편하게 사는 것을 양심이 허락하지 않아 ‘운동권 변호사’라는 가시밭길로 들어섰다고 한다. 올 들어 검찰 수사가 전방위로 압박해 들어오자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며 양심의 가책을 이기지 못하고 몸을 던졌다.

그들이 양심을 걸고 지키고자 했던 건 민주주의와 자유, 인간의 존엄성 등 인류의 보편적 가치였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이 “양심상 세종시를 원안대로 하기 어렵다”고 했다고 한다. 인간의 삶의 자세와 관련된 양심의 문제를 개별 정책과 연계한 것이다. 정책적 사안을 양심과 신념의 차원으로 끌어들이는 순간 정치는 종교화한다. 종교화한 정치는 합리적인 토론과 타협을 거부하면서 극한 대결을 불러온다. 대통령의 양심을 아무 데나 들이대선 안 되는 이유다.

정석구 선임논설위원 twin8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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