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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레가툼지수 / 정남기

등록 2009-10-28 18:39

정남기 논설위원
정남기 논설위원
나라의 경제 수준을 평가하는 지표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다. 그러나 경제지표만으로 삶의 질을 평가할 수는 없다. 유엔개발계획(UNDP)의 인간개발지수(HNDI)나 스티글리츠위원회가 개발중인 ‘행복 지디피’가 관심을 끄는 것도 이 때문이다.

비슷한 지표가 몇 가지 더 있다. 최근 주목받는 것은 런던 레가툼연구소가 발표하는 ‘레가툼 번영지수’(Legatum Prosperity Index)다. 26일 발표된 올해 레가툼 번영지수로 보면 세계에서 가장 풍요로운 나라는 핀란드다. 그리고 스위스, 스웨덴 등의 차례다. 미국은 9위, 한국은 26위다. 미국 시사주간지 <유에스 뉴스 앤 월드리포트>는 이를 근거로 미국의 쇠락 징후를 보도하기도 했다.

약간 생소하게 들리는 레가툼은 유산(legacy)이란 뜻의 라틴어 명사에서 나온 말이다. 레가툼그룹 산하에 레가툼캐피털, 레가툼벤처스, 레가툼재단, 레가툼연구소 등이 있다. 그러나 알고 보면 낯선 존재가 아니다. 크리스토퍼 챈들러 그룹 회장은 바로 소버린자산운용을 이끌었던 뉴질랜드의 투자가 챈들러 형제 가운데 동생이다.

챈들러 형제는 한국, 러시아 등 신흥공업국가에서 지배구조가 취약한 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40억달러를 벌어들여 뉴질랜드 최대 갑부가 됐다. 2003년에는 당시 ㈜에스케이에 1700여억원을 투자해 2년 만에 9억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최태원 에스케이 회장과는 경영권 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이들이 한국헤서 철수한 뒤 2006년 크리스토퍼 챈들러가 세운 회사가 레가툼이다.

레가툼은 여전히 활발한 투자를 하고 있지만 모양새는 달라졌다. 기업사냥꾼 이미지에서 벗어나 재단과 연구소를 설립하고 삶의 질을 중시하는 품격 높은 투자가로 탈바꿈했다. 막대한 재산을 쌓아올린 뒤 세상을 향해 돈이 전부가 아니라고 외치고 있는 셈이다.

정남기 논설위원 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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