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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직무유기와 재앙 / 김종구

등록 2009-10-29 19:03

김종구 논설위원
김종구 논설위원
이라크전이 한창일 때 미국 국방부 관리들의 애독서는 <직무유기>(Dereliction of Duty)라는 책이었다고 한다. ‘존슨, 맥나마라, 합참, 그리고 베트남전을 이끈 거짓말들’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미국이 베트남전쟁에 뛰어든 과정의 오류를 분석한 책이다.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군사력 증강 문제로 고심하고 있는 요즘 미 국방부 관리들의 새로운 애독서는 지난해에 출간된 <재앙의 교훈>(Lessons in Disaster)이라고 현지 언론은 전한다.

이 책들에 등장하는 로버트 맥나마라 당시 국방장관이나 맥조지 번디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모두 천재적 머리로 명성을 떨친 인물들이었다. 특히 당대 최고의 두뇌라는 평가를 받았던 번디는 34살에 하버드대 대학원장, 41살에 안보보좌관에 발탁될 정도로 영민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상황 판단에 착오를 일으켰다. 1961년 11월 번디는 베트남에 대한 지상전투군 파견을 고민하던 케네디 대통령에게 1개 사단 규모의 파견을 건의했다. 케네디는 이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고 전투병 비파병 원칙을 고수했다. 이 원칙은 존슨 대통령 시절인 1965년 3월 깨지고 만다.

아프간 문제로 딜레마에 빠져 있는 미국에선 요즘 탈레반을 ‘착한 탈레반’과 ‘나쁜 탈레반’으로 나누고, 착한 탈레반과 협상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까지 나온다. “모든 탈레반이 꼭 미국에 위협적인 것은 아니다”라는 클린턴 국무장관의 언급도 비슷한 맥락이다. 미국으로서는 그만큼 증원군 파견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서둘러 아프간 재파병을 결정했다. 번디는 말년에 “비둘기파가 옳았다”며 자신의 판단이 틀렸음을 시인했다. 지금 우리 정부의 안보군사 분야 관료들은 훗날 후회하지 않을 참모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이들의 직무유기가 재앙을 불러오지는 않을지 자꾸만 걱정이 된다.

김종구 논설위원 kj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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