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섭 논설위원
요즘 한국 정치인들한테선 카리스마를 찾기 어렵지만, 많은 사람은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 같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라는, 형용 모순처럼 느껴지는 말까지 동원하는 걸 보면 말이다.
카리스마는 신의 은총을 뜻하는 그리스어에서 온 말로, 본래 종교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독일 학자 막스 베버는 <경제와 사회>에서 카리스마를 일상적인 것을 초월한 성품으로 정의했다. 요즘도 카리스마는 어떤 비밀스러움을 담고 있는 걸로 여긴다. 슈테판 마르크스라는 독일 학자의 책 <나치즘, 열광과 도취의 심리학>을 보면, 최근에야 심리학자들이 “이해할 수 없는 방법으로 많은 사람을 매료시키는” 카리스마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미국 학자 로널드 리기오는 카리스마를 가진 사람은 열광을 전염시키는 능력이 있다고 주장한다. 또 딘 사이먼턴이라는 학자는 카리스마를 가진 사람은 “청중이 마음속으로 그림을 그려볼 수 있을 만큼 단순하고 직접적인 단어들을 사용해 감정에 호소한다”고 지적한다.
카리스마 하면 아돌프 히틀러를 빼놓을 수 없다. <나치즘…>은 히틀러를 추종했던 70대 여성이 그를 회상하며 한 말을 이렇게 적고 있다. “마치 성령이나 예수 아니면 마리아처럼 만물 위에 드리워진 존재라고나 할까요 … 그분은 빛이 나는 것 같았어요 … 아는 것은 거의 없었지만 그분을 숭배했어요.” 광신도가 종교 지도자를 묘사하는 것처럼 들린다.
흔히들 카리스마가 타고나는 것으로 여기지만, 카리스마가 학습되는 것이라는 주장도 점점 힘을 얻어가고 있다고 한다. 잘 계산된 언어, 몸짓, 행동으로 사람들을 열광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열광하는 대중은 민주 사회의 성숙한 시민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에 대한 미련을 버릴 이유가 충분하지 않은가?
신기섭 논설위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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