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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삶과경제] 삼성생명의 상장과 삼성그룹의 개편 / 전성인

등록 2009-11-18 22:46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내년 상반기에 삼성생명이 상장을 추진할 예정인가 보다. 그럴 때도 됐다. 어차피 현재의 지배구조로는 더 버티기 어렵기 때문이다. 삼성차 부채 처리 과정이나 이건희 전 회장 재산을 자녀들에게 추가 상속시키는 과정에서 지배권의 희석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총수 일가로서는 삼성생명을 상장시켜 삼성차 부채 문제도 해결하고 지배권의 희석도 방지할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필자는 삼성 전문가는 아니다. 그러나 어찌 하다 보니 삼성이 현재의 왜곡된 지배구조를 억지로 유지하기 위해 법을 어기고 비틀고 자기 입맛대로 바꾸는 광경을 옆에서 목도하게 되었다. 그 과정은 쓰레기장은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지저분했다.

삼성이 법을 (아직까지도) 어기고 있는 대표적 사례는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제24조 문제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를, 삼성카드는 에버랜드를 이 조항에서 규정한 주식보유 한도를 초과하여 보유하고 있다. 다른 재벌 기업 같았으면 이 문제가 불거진 2005년에 초과지분을 모두 매각했어야 한다. 삼성만이 법을 어긴 상태에서 버텼다.

삼성 때문에 법질서가 비틀어진 사례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몇 개만 들어보자. 삼성의 금산법 제24조 위반이 문제가 되자 이 법의 개정 과정은 기묘하게도 삼성의 입맛대로 비틀어졌다. 삼성의 지배구조에서 가장 중요한 고리인 삼성전자에 대한 삼성생명의 초과보유 지분에 대해 매각 대신 의결권 제한이라는 편법이 등장했던 것이다.

생보사의 상장과 관련하여 증권선물거래소의 상장규정이 삼성의 입맛대로 바뀐 것은 또다른 사례다. 2007년 4월9일 증권선물거래소는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 제35조 제1호 다목(3)을 개정하였다. 이를 통해 “이익배분 등과 관련하여 상법상 주식회사로서의 속성이 인정될 것”이라는 기존의 규정에서 “이익배분” 부분이 삭제되었다. 2003년의 삼성 요구를 그대로 받아쓰기한 것이었다. 오직 한 명의 이사만이 이 개정에 반대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로써 삼성은 삼성생명의 상장 과정에서 유배당 계약자에 대한 이익배분 문제를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삼성의 입맛에 맞는 법개정 사례 중 최고봉은 두말할 나위 없이 지난여름에 개정된 금융지주회사법이다. 보험회사를 지배하는 지주회사 등에 대해 산업자본 자회사를 둘 수 있도록 금산분리를 근본부터 뒤흔들어버린 것이다. 이 법은 미디어법 날치기 통과 과정에서 은근슬쩍 끼워팔기 형태로 통과된 유일한 비언론 분야의 법이었다.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비자금 폭로 사건은 총수 일가에게 망외의 소득을 안겨주었다. 그동안 차명으로 숨겨왔던 삼성생명 주식을 당당하게 이건희 전 회장 명의로 실명전환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기 때문이다.

이제 삼성 쪽에서 보면 모든 준비가 끝났다. 제도도 바꾸었고 실탄도 마련했다. 더 미룰 수도 없다. 아마 그래서 내년 상반기를 거사일로 택했나 보다.


그러나 삼성이 유념할 점이 있다. 세상을 영원히 속이거나 좌지우지할 수 없다는 것을. 삼성이 정말 현명하다면 생보사 상장과 지배구조 개편을 힘이나 궤변에 근거해서 추진하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모든 것을 순리대로 풀려고 해야 한다. 생보사 상장 과정에서는 유배당 계약자에게 상장차익을 적절히 배분하고, 삼성차의 부채 처리는 계열회사에 그 책임을 전가하지 말고 이건희 전 회장이 자기 돈으로 부담해야 한다. 어차피 그가 명실상부한 업무집행 지시자가 아니었던가. 더 넓은 시각에서 나누고 포용할 때 삼성은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얻게 되고 그것이 삼성에 가장 큰 힘이 될 것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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