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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아편전쟁 / 함석진

등록 2009-11-22 18:07

함석진 기자
함석진 기자
1840년 3월19일 영국 하원. 중국에 군대를 보내느냐 마느냐를 두고 논의가 시작됐다. 중국 정부가 영국 배에 실린 아편을 압류해 바다에 버린 사건이 일어난 직후였다. 의회 분위기나 의사당 밖 여론은 이미 기울어 있었다. 한마디로 세계 최강국의 체면을 건드린 ‘하룻강아지’를 응징하자였다. 서른 살의 자유당 의원 윌리엄 글래드스턴이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는 아편도 경제도 잘 모릅니다. 그 나라 법을 따르지 않는 외국인을 어떻게 다루는 것이 정답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역사가 이것만큼 부정한 전쟁, 이것만큼 영국을 불명예로 빠뜨린 전쟁은 없었다고 기록할 것이라는 것은 알겠습니다.”

발언은 파문을 일으켰다. 조금 찔리긴 하지만, 대세가 그러하니 어쩔 수 없다고 포기했던 많은 의원이 용기를 내기 시작했다. 중국의 행위는 누가 봐도 정당한 자위권 행사였다. 매년 차 값을 치르느라 영국은 무역적자가 쌓이고 있었다. 주력 수출품인 면화와 모직은 따뜻한 중국 남부에서 팔리지 않았다. 대안이 아편의 밀수출이었다. 이 아편으로 1830년대 말까지 난징지역에서만 200만명의 마약중독자가 발생했다. 논쟁은 한달 동안 이어졌다. 그리고 4월10일 표결. 파병안은 결국 가결됐지만, 표 차이는 9표(271 대 262)였다. 글래드스턴은 “262. 영국 양심의 무게가 고작 이 정도냐”고 한탄했다고 한다.

세계 최강국 지위를 이어받은 미국은, 세계 최빈국 가운데 한 곳에서 명분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영국 뒤에 아편이 있었듯이, 미국 뒤엔 석유가 있다. 우린 그곳에 다시 군대를 보내려 한다. 국회 표결에서 우리 양심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 얼마 전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아프가니스탄 세디그 바르막 감독의 영화가 있다. 헬리콥터 사고로 미군 병사가 아프가니스탄 양귀비밭에 떨어지면서 시작하는 이 영화의 제목은 <아편전쟁>이었다.

함석진 기자 sj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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