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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유바리와 두바이 / 정남구

등록 2009-12-03 18:40수정 2009-12-03 21:23

정남구 기자
정남구 기자
영화감독 퀜틴 타란티노는 2003년 영화 <킬빌>에서 여학생 복장의 한 여전사를 비중 있는 조연으로 등장시켰다. 일본의 구리야마 지아키가 연기한 ‘고고 유바리’다. 유바리는 홋카이도의 작은 도시 이름에서 따온 것인데, 타란티노는 10년 전 그 도시가 주최한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품에 안은 인연이 있다.

유바리는 애초 탄광촌이었다. 한때는 인구가 50만명에 이르렀지만, 탄광이 하나둘 문을 닫으면서 빠르게 쇠퇴해갔다. 시는 멜론 농업으로 재미를 보자, 내친김에 멜론 축제를 기획해 성공했다. 그러자 꽃축제·단풍축제 등으로 확대했고, 눈이 많이 오는 지역 특성을 살려 스키 리조트도 크게 지었다. 관광산업이 번성하면서 1995년에는 관광객이 연 200만명을 넘겼다. 그런데 타란티노의 영화가 나온 그해, 감춰진 문제가 드러났다. 공격적으로 시설을 확충하는 동안 350억엔으로 늘어난 빚을 더는 감당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시는 결국 2006년 파산을 선언했다.

최근 두바이의 국영기업 두바이월드의 모라토리엄(채무지급 유예) 선언은 유바리의 사례와 많이 닮았다. 터가 폐광촌 대신 사막이란 점이 다를 뿐이다. 아무리 겉이 화려해도, 수익으로 금융 비용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는 공격적 투자는 파산에 이르는 길이란 교훈을 두바이월드는 또 한번 남겼다. 유바리의 100배가 넘는 빚과 함께.

잘못된 공공투자를 막으려고 우리나라에서는 1999년 ‘예비타당성조사’ 제도를 도입해 큰 효과를 봤다. 그런데 정부는 지난해 ‘국가재정법 시행령’을 고쳐 이른바 ‘4대강 사업’을 조사 대상에서 대부분 빼버렸다. 제 발이 저렸던 까닭일 게다. 4대강 사업이 22조원을 헛되이 날린다고 나라가 곧 거덜나지야 않을 것이다. 그러나 가랑비에도 옷이 젖는 법인데, 하물며 소낙비에랴.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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