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철우 기자
로봇공학의 권위자인 로드니 브룩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 인공지능연구소장은 저서 <로봇 만들기>에서 “우리와 로봇의 구별은 사라질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예측을 전했다. 인공의 와우·망막·혈관·심장에다 로봇 팔다리까지 여러 기계장치들이 이미 우리의 일부가 된 로봇공학의 발전 추세를 반영하는 미래 전망이다. 뇌파 같은 뇌 신호에서 찾아낸 통계학적 패턴을 이용해 기계를 작동하는 기술도 불완전하지만 개발중이라 하니 전신마비 장애인이 생각으로 기계 몸을 움직이는 일이 순수 공상만은 아닌 것 같다.
사람을 닮으려는 로봇의 성능이 날로 발전하다 보니 사람과 기계의 미래에 관한 관심도 높다. 브룩스는 사람이 기계의 도움을 얻어 더 강력해지겠지만 두뇌 없는 기계는 인간보다 더 강해질 수 없다는 전망을 제시한다. ‘공진화’를 얘기하는 이들도 있다. 같은 대학의 브루스 매즐리시 교수는 <네번째 불연속>에서 인간 중심의 역사 서술에서 배제된 기계의 역사를 되짚으며 인간과 기계의 공진화라는 새로운 관점을 던져준다.
지난달 중순엔 한국연구재단이 ‘휴먼 3.0: 인간과 기술의 융합’이라는 독특한 주제의 공학 심포지엄을 열었다. 새말인 인간 3.0은 사람 몸과 기술이 더 가까워지고 융합해가는 시대에 나타나는 인간 정체성의 특징을 표현한 것이다. 원시 인간상을 인간 1.0, 산업혁명 이후 인간상을 인간 2.0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로봇공학과 생명공학의 발전으로 사람과 기술의 경계가 무뎌지는 시대의 인간상을 인간 3.0으로 부를 수 있잖으냐는 제안이다. 홍채·주름 인식처럼 생체정보가 기술의 일부가 되는 시대이기도 하다. 새로운 물음도 생긴다. 내 몸 안의 테크놀로지는 나의 내부일까 외부일까? 기술의 부작용은 어찌 예방할까? 기술과 융합하는 생물종 인간은 ‘자연선택’과는 또다른 진화의 패턴을 보여줄까?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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