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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간 큰 지도자들 / 정남구

등록 2009-12-15 18:58

정남구 기자
정남구 기자
1840년 선거에서 당선한 미국의 9대 대통령 윌리엄 해리슨은 취임한 지 한달 만에 폐렴으로 사망했다. 그 뒤, 1860년 대통령이 되었다가 암살당한 에이브러햄 링컨을 비롯해, 0으로 끝나는 해에 당선한 미국 대통령들은 병이나 암살 탓에 제대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6명이 잇따라 세상을 떴다.

1980년에 당선한 로널드 레이건이 취임하자, 미국 언론은 그 징크스를 자주 거론했다. 실제 취임 70일 만에 그가 존 힝클리가 쏜 총에 맞았을 때 징크스는 또 한번 현실이 되는 듯했다. 그러나 레이건의 부상이 가벼운 것으로 밝혀지자, 언론은 그를 ‘대담한 지도자’로 만드는 쪽으로 급선회했다. 그가 의사들에게 “당신들도 모두 공화당 지지자겠지?”라고 농담을 했다는 전설과, 허파에 총알이 박힌 채 걸어다녔다는 신화가 만들어졌다.

다급한 상황에서 지도자가 보인 모습은 사람들의 뇌리에 깊이 박힌다. 사실인지 확인할 길은 없으나 “전투가 급하니 나의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다는 이순신 장군의 유언은 우리를 얼마나 숙연하게 하는가. 부하의 총에 맞은 상태로 “난 괜찮아”라고 했다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말은, 뒷날 선거유세 도중 피습당했을 때 흔들리지 않았던 딸의 모습과 겹친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가 지난 13일 한 집회에서 관중이 던진 조각상에 얼굴을 맞아 큰 부상을 당했다. 그는 승용차에 탔다가 다시 나와 “난 괜찮다”고 말했다고 한다. 보좌진들에게는 “그들이 날 막지는 못할 거야”라고 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러나 뒷날 그 장면을 다시 보는 사람들은 베를루스코니의 대담함을 먼저 떠올릴까, 아니면 성추문이나 부패 스캔들을 떠올릴까? 이명박 대통령이 ‘권총 협박’을 당했다고 술회했던 일이 생각난다. 무리하게 연출한 이미지는 역시 쉽게 벗겨진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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