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석진 기자
브라질은 세계에서 가장 소를 많이 키우는 나라다. 베르틴 같은 세계 주요 업체들은 브라질에 본거지를 두고 세계 식탁과 패스트푸드점에 쇠고기를 공급한다. 나이키, 팀버랜드 등 신발을 만드는 업체들도 쇠가죽의 상당량을 이곳에서 사들인다.
1960~70년대까지 브라질 수출의 주력품은 고무나무 수액이었다. 천연고무가 화학제품으로 대체되면서 값이 폭락하자, 지주들은 소를 들여다 키우기 시작했다. 목장을 만들기 위해 밀림을 사정없이 깎아나갔다. 주요국 자본들이 밀고들어오면서 그 속도는 더욱 빨라졌고, 2000년대 들어서도 벌목은 계속됐다. 브라질 국립환경연구소 발표를 보면 2003년부터 2007년까지 5년 동안 사라진 삼림 면적은 서울시 면적의 100배가 넘는 7만2000㎢였다. 안팎으로 아마존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지만, 아직 속시원한 답은 보이지 않는다. 먹고사는 문제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소는 이미 브라질을 지탱하는 중추가 됐다. 벌어들인 돈 대부분은 외국 자본과 대지주들 주머니로 들어가지만, 브라질의 많은 농민도 그 목장에서 생계를 잇는다.
환경에 관심이 많은 룰라 브라질 대통령도 그래서 고민이 많은 모양이다. 지난해 주요국들에 기부를 요청했고, 내년엔 세계를 돌며 ‘기금마련 로드쇼’도 벌인다고 한다. 지난 22일은 21년 전 브라질 환경운동가 시코 멘지스(치코 멘데스)가 아마존을 지키기 위해 벌목꾼들의 전기톱을 온몸으로 막다가 대지주의 총에 맞고 숨진 날이었다. 그는 룰라와 함께 노동자당 창당을 이끈 인물이다.
지구 어딘가에는 싼값의 고기가 들어간 햄버거로 배를 채워야 하는 사람이 있고, 최근 개봉한 제임스 캐머런의 <아바타>에서 ‘나비족’의 운명처럼 한 몸 같은 숲을 잃는 원시부족도 있다. 아픈 지구를 보고도, 이성은 늘 무력하다. 이 별에서 인간의 숙명인지도 모르겠다.
함석진 기자 sj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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