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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빵꾸똥꾸 / 이재성

등록 2010-01-12 19:14

이재성 기자
이재성 기자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사춘기 이전의 어린이를 구순기, 항문기, 남근기, 잠재기, 생식기 등 다섯 단계로 나눴다. 엄마 젖을 빠는 구순기(0~2살)에는 손에 잡히는 것은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입에 가져간다. 아기는 고픈 배를 채우는 충족감만이 아니라 입으로 빠는 행위로 쾌감도 느낀다. 항문기(2~4살)에는 리비도(성충동)가 입에서 항문으로 이동한다. 보유와 분출의 적절성, 쉽게 말해 똥을 얼마나 참을 것인가를 선택해야 하는 숙제가 이 시기 아이에게 주어진다. 이때 아이는 입으로 경험한 것과 아주 유사한 쾌감을 항문 주위 점막에서 느낀다.

프로이트의 막내딸이자 어린이 정신 분석가인 아나 프로이트는 아이들이 똥을 자기 몸의 일부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부모들은 ‘똥은 더러운 것’이라는 자신들의 생각을 아이들에게 주입하려 든다. 그러면 아이들은 똥과 비슷한 다른 더러운 것에 관심을 갖는 것으로 부모들의 억압에 저항한다. 하얗게 칠한 밝은 방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장난감을 넣고 한쪽 구석에 시커먼 타르 한통을 넣어주면 아이들이 금세 타르 쪽으로 몰려가더라는 실험 결과가 있다. 타르를 비롯한 모든 더러운 것은 아이들에게 똥을 상징한다고 아나 프로이트는 주장한다. 아이들이 똥이나 방귀, 항문 등에 유난히 관심이 많고 그 단어들을 좋아하는 이유가 정신분석학으로 설명이 되는 셈이다. <교육방송>의 ‘방귀대장 뿡뿡이’는 아이들의 이런 심리를 적극 활용해 오랫동안 인기를 누리고 있는 장수 프로그램이다.

<문화방송>의 일일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의 정해리(진지희)라는 꼬마가 입버릇처럼 쓰는 ‘빵꾸똥꾸’(방귀똥꼬)라는 말이 얼마 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권고’ 조처를 받은 뒤, 프로그램 시청률이 오히려 높아졌다. 무릇 모든 억압에는 저항이 따르는 법이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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