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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종편’과 당근 / 김종구

등록 2010-01-25 18:10

김종구 논설위원
김종구 논설위원
수레를 끄는 당나귀 앞에 매달아 놓은 당근 이야기는 사르트르의 저서 <존재와 무>에도 등장한다. 이른바 ‘대자 존재’의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당나귀는 눈앞에 어른거리는 당근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필사적으로 움직이지만 결코 당근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한다. 자기 자신을 향하고 있으나 절대로 자신을 포착할 수 없는 대자의 방식으로 존재하는 의식의 양태가 바로 당근을 쫓는 당나귀와 같다는 것이다.

당나귀와 당근의 비유는 철학보다는 아무래도 경영학이나 성공학 등에서 동기부여 문제를 설명할 때 더 많이 인용된다. 승진이나 금전적 보상 등 당근이 제대로 효과를 거두려면 몇가지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 우선 당근은 당나귀를 유혹할 수 있을 만큼 싱싱하고 크기가 적당해야 한다. 당나귀와 당근의 거리도 알맞게 유지돼야 한다. 당나귀가 의욕을 잃지 않도록 가끔씩 당근 맛을 보여주는 것도 잊으면 안 된다. 당나귀에게 언제, 얼마만큼씩 당근을 주느냐라는 ‘적시성과 적절성’의 문제는 보상체계를 운용하는 핵심 포인트라고 한다.

종합편성채널 사업자 선정을 둘러싼 권력과 보수언론의 움직임을 보노라면 당나귀와 당근의 비유가 저절로 떠오른다. 종편은 ‘조중동’ 등에게는 눈앞에 어른거리는 먹음직스러운 당근과 같다. 특히 정부여당이 언론관련법을 서둘러 강행처리해 놓고도 정작 사업자 선정 시기를 미루는 것을 보면 당나귀와 당근 사이의 교묘한 거리 조정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게 분명하다. 문제는 당나귀가 어느 순간 속았다는 생각이 들어 잘 뛰지 않게 될 경우다. 이런 때는 원래 채찍을 동원하는 게 순서다. 조중동 모두를 만족시키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이제와서 다른 당근이나 채찍을 들이밀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권력이 찾아낼 묘수는 뭘까. 혹시 화가 난 당나귀에게 걷어차이는 게 두려워서 미적거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김종구 논설위원 kj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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