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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레이크 워비곤 효과 / 권태선

등록 2010-02-16 18:28

권태선 논설위원
권태선 논설위원
얼마 전 중부지방에서 진도 3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다. 당시 인터넷이나 휴대폰 등에는 지진 관련 질문이 폭주했다. 참혹한 아이티 지진의 여파가 채 가라앉지 않은 시점이었으니 놀랄 만도 했다. 하지만 이런 놀람도 잠시, 우리 대다수는 지진 등 우리 주변에 산재한 위험에 둔감한 상태로 살아간다.

9·11테러와 허리케인 카트리나 등 참혹한 재앙을 겪고 살아남은 사람들을 인터뷰해 <생각할 수 없는 일들>이란 책을 펴낸 아만다 리플리는 재난에 무심한 이런 태도를 ‘레이크 워비곤 효과’와 연결했다. 레이크 워비곤은 개리슨 케일러란 작가가 만들어낸 상상 속의 마을이다. 작가는 마을의 특징을 “여자들은 모두 강하고, 남자들은 잘생겼으며, 아이들은 보통 이상으로 똑똑하다”고 규정했다. 심리학자들은 이것을 자신의 능력과 성취를 과대평가하는 사람들의 일반적 경향을 보여주는 상징적 예라며 ‘레이크 워비곤 효과’라 명명했다.

리플리는 세계 도처에서 재앙이 발생해도 자신에겐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믿는 일도 이런 경향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봤다. 이는 위험한 환경을 무시하고 대피에 필요한 조처를 지연시키는 원인이 된다. 이런 현상은 공포를 회피하고 싶어하는 우리 뇌와도 관계가 있다. 뇌는 처음 재앙에 직면하면 정확한 사태 파악을 거부하고 본다. 그러나 거부 단계를 넘어 사고의 단계로 진입하면, 이전의 경험과 훈련에서 대책을 끌어낸다. 참사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이런 훈련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었음이 리플리의 연구에서도 확인됐다. 1993년 세계무역센터 폭파 기도 사건 이후 8년 동안 위험대피훈련을 받았던 모건 스탠리 사원들이 9·11테러 당시 전원 구조된 일이 단적인 예다.

한반도도 지진은 물론 각종 재해의 예외지역일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도 위험대피훈련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권태선 논설위원 kwont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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