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선 논설위원
피겨스케이팅 역사를 새로 쓴 프리스케이팅을 끝내고 눈물을 감추지 못했던 김연아는 자신도 그 눈물의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그런데 브라이언 오서 코치는 그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스케이트를 그렇게 타면 눈물이 나올 수밖에 없다. 연아의 눈물은 고된 훈련을 위해 흘린 피와 땀 때문이 아니라 스케이트를 사랑하기 때문에 나온 눈물이다.” 바늘자국 하나 없는 옷처럼 깔끔했던 연아의 연기는 스케이트에 대한 사랑 없는 고된 훈련만으론 나올 수 없는 경지라는 것이다. 오서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1988년 캘거리 올림픽 당시 이른바 ‘브라이언의 전투’에서 패배한 일에 대한 오랜 반추의 결과다. 캐나다의 우상이며 전년도 피겨스케이팅 챔피언이었던 그는 올림픽에서 0.1의 점수차로 금메달을 놓쳤다. 금메달을 딴 미국의 브라이언 보이타노는 판정이 내려진 뒤 오서의 모습은 실성한 사람 같았다고 회상했다. 패배는 그에게 깊은 상흔을 남겼다. 그가 당시 경기 장면을 다시 볼 여유를 되찾는 데는 10년이라는 세월이 필요했다. 그는 그 고통스런 경험을 통해, 중요한 것은 승부가 아니라 스케이트 자체를 사랑하는 행복한 스케이터가 되는 것임을 깨달았다. 연아의 코치가 됐을 때 그는 연아를 행복한 스케이터로 만드는 것이 자신의 사명이라고 생각했다. 주니어 챔피언이었던 15살의 연아는 행복한 스케이터가 못 됐다. 어머니와 코치로부터 실수한 점프를 계속 반복하라고 강요받는 훈련에 지친 ‘자기 안에 갇힌 내향적 성격의 소녀’였다. 그는 연아의 유머와 기질을 끄집어내는 일부터 시작했다. 자신의 몸의 이야기를 듣고 휴식할 시간을 갖는 게 중요함도 가르쳤다. 이런 훈련을 통해 연아는 비로소 자신의 껍질을 깨고 나와 동작과 음악에 대한 감각을 발전시켜 나갔다. 오서는 연아의 눈물에서 자신의 사명이 성취됐음을 확인했다. 권태선 논설위원 kwont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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