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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삶과경제] ‘아시아적 지혜’의 모색 / 이원재

등록 2010-03-03 20:45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




“전세계적인 물 문제는 대형 시설에 기반을 둔 서양의 방법으로는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고대로부터 전해온 우리 조상의 전통 지혜에 오히려 답이 있습니다.” ‘빗물박사’로 불리는 서울대 한무영 교수(빗물연구센터 소장)가 발표를 시작했다. 서울대 전경수 교수의 인도네시아 파푸아 지역 관찰기가 이어졌다. 그리고 경영전문가들이 토론을 시작했다.

최근 재미있는 연구모임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언어학·인류학·생태학 등 인문 및 자연과학 분야 권위자들과 경영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아시아적 지혜’를 찾아 세계적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방법을 놓고 토론을 벌인 것이다. 서울글로벌콤팩트연구센터의 모임이었다.

아시아 전통사회에는 사실 많은 지혜가 묻혀 있었다. 그 지혜는 한국의 전통적 마을이 물을 관리하던 방법 속에 있기도 하고, 늘 식민지 상태에 놓여 있던 파푸아 지역의 풍습 속에 들어 있기도 하고, 절멸의 위기를 맞은 언어 속에 있기도 하다. 이들 대부분이 새롭게 들어선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 아래서 사라질 처지에 놓여 있다. 이런 전통적 지혜 속에 지금 세계자본주의 문제의 해결 실마리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연구자들이 전공을 가리지 않고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사실 한국·중국·일본 연구자들이 함께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이 더욱 흥미롭다. 이 모임은 지난해 가을 서울에서 세 나라 학자들이 모여 공동연구 기획회의를 한 결과 만들어진 것이다. 세 나라에서 각각 연구를 진행한 뒤 올해 함께 발표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고 보니 한·중·일 전문가들이 경제 및 사회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흐름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전통과 현대, 경제와 사회 등 중간에서 연결고리를 찾는 작업이 많다.

지난해 3월과 올해 1월에는 한-일 사회적기업 심포지엄이 양국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각각 도쿄와 서울에서 열렸다. 지난해 9월에는 유엔글로벌콤팩트 한·중·일 라운드테이블이 서울에서 열려 한·중·일 기업의 사회책임경영(CSR)을 함께 증진시키기로 의견을 모으기도 했다. 한겨레경제연구소가 한·중·일 기업의 사회책임경영 실태를 분석해 2008년 발표한 ‘동아시아 기업의 사회책임경영’ 연구보고서도 국내외 콘퍼런스에서 발표되는 등 큰 반향을 얻었다. 역사 분야에서도 ‘아시아 평화와 역사교육연대’를 중심으로 동아시아 공동 역사교재 편찬작업이 진행중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동아시아가 주목받고 있다. 이번 위기가 서구 경제의 중심지인 미국에서 시작됐고 유럽에서 확산된 반면, 동아시아 기업과 경제는 상대적으로 튼튼한 면모를 보여준 게 힘이 됐다. 어찌 보면 지금은, 자본주의 체제가 세계를 지배하게 된 이후 사실상 처음으로 동아시아가 하나의 ‘지역’으로 인식될 수 있는 시기다.


그런데 한 지역이 정의될 때는, 결국 그 지역을 대표하는 가치가 함께 정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게 간단하지 않다. 지금 동아시아는 가장 전통적인 것과 가장 현대적인 것이 만나는 곳이고, 가장 보수적인 것과 가장 진보적인 것이 공존하는 곳이며, 가장 국가주의적인 곳에서 가장 시장주의적인 현상이 벌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권위주의가 이 지역을 대표해 버릴 수도, 시장만능주의가 이 지역을 대표해 버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어찌 보면 가치를 둘러싼 토론이 제대로 벌어질 수 있는 공간이다. 우리가 처한 문제에 대해 국가주의적인 것도 시장만능주의적인 것도 아닌, 새로운 진보적 해답을 지금 어딘가에서 찾는다면, 다른 지역보다는 동아시아가 더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timela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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