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희 기자
지난달 2일 러시아 북캅카스 지역의 에카제보 마을에서 러시아 군인에 포위됐을 때, 무슬림 지도자 사이드 부랴츠키는 휴대전화를 꺼내들고 전세계 젊은이들에게 남기는 마지막 동영상을 찍었다. 최근 모스크바 연쇄 지하철테러 사건도 그의 죽음에 대한 복수와 관련돼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랴츠키의 동영상은 무장이슬람 세력들에만 전달되는 게 아니다. 이른바 전세계 지하드 관련 웹사이트에 모여드는 ‘지호비스트’(Jihobbyst)들이 이런 ‘콘텐츠’의 소비자가 된다. 2008년 재럿 브래치먼이 <글로벌 지하디즘: 이론과 실제>라는 책에서 지하드(성전)와 호비(취미)를 결합해 만든 이 단어는 ‘자생적 테러리스트론’이나 ‘외로운 늑대론’과 궤를 같이한다. 사령부도 성소도 없지만 인터넷 채팅룸과 웹포럼을 통해 이들은 급진적 사상에 사로잡힌다. 최근 ‘지하드 제인’이란 아이디로 유튜브 등에 이슬람 무장세력의 접촉을 갈구하는 글을 남겼던 미국 백인여성 기소로 이 단어는 더 빈번하게 쓰이고 있다. 브래치먼은 “어떤 면에서 이들은 축구팀을 좋아하는 팬과 마찬가지다. 다만 그들의 스포츠는 알카에다다”라고 말했다. 1980~90년대 테러리스트들처럼 구조적 사고나 종교적 신념이 아니라, 이들의 동기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 등에 대한 ‘도덕적 분노감’인 경우가 많다. 이 단어가 심각한 상황을 너무 희화화한다는 비판도 있다. 이들의 생각이 행동으로 넘어가는 순간 지호비즘은 ‘테러’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거꾸로 급진적인 생각을 가진 모든 이들이 테러리스트는 아니며, 서구에 대한 테러를 주창하는 이들이 모두 무슬림은 아니라는 사실을 무시한다는 비판도 만만찮다. 어찌 됐든 인터넷의 유동성·분산성이란 속성과 결합해 이런 이들이 급증하면서 서구는 새로운 ‘악몽’을 갖게 됐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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