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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예종석의 오늘 점심] 선지해장국

등록 2010-05-23 18:16수정 2010-05-27 17:19

애주가들에게 해장은 아침을 여는 주술이다. 어제의 술로 지친 속을 달래주어야 새로운 하루를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장이라는 단어는 숙취를 푼다는 의미의 해정(解)에서 비롯되었다가 속을 푼다는 뜻의 해장(解腸)으로 자리잡았다. 해장의 방법은 술꾼들의 수만큼이나 많다. 서양 사람들은 토마토주스에 보드카를 넣은 칵테일을 마시기도 하고 청어를 먹기도 하며, 심지어 고대 유럽에서는 카나리아를 튀겨 먹거나 양의 폐를 먹기도 했다지만, 우리의 해장은 역시 뜨겁고 얼큰한 국물을 들이켜며 “시원하다”를 외쳐야 제격이다. 조선의 그 많은 요리책에서 해장국에 대한 언급은 찾아보기 힘들다. 저잣거리에서 먹던 서민의 음식이라 그런지 그 시절 흔히 먹던 탕반의 범주에 포함시켜서 그런지 모르겠다. 굳이 그 흔적을 찾자면 고려 말의 <노걸대>(老乞大)에 “육즙에 정육을 잘게 썰어 국수와 함께 넣고 천초(川椒)가루와 파를 넣는다”고 설명되어 있는 성주탕(醒酒湯)을 들 수 있다. <해동죽지>에 “배추속대, 콩나물, 송이, 표고, 쇠갈비, 해삼, 전복을 토장에 섞어 종일토록 푹 곤다”고 나오는 효종갱(曉鍾羹)도 해장에 좋아서 양반들이 남한산성에서 배달을 시켜 먹을 정도였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해장국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지역에 따라 콩나물국을 먹기도 하고 재첩국이나 북엇국, 올갱잇국, 복국, 물메기탕 등으로도 해장을 하지만 서울의 해장국은 뭐니 뭐니 해도 선짓국이다.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의 ‘어머니 대성집’은 선지해장국을 제대로 하는 집이다. 소뼈와 양지머리, 내장에다 우거지와 콩나물 등을 넣고 된장을 풀어 오랫동안 끓인 뒤, 선지를 넣고 다시 한번 푹 끓인 해장국은 엇구수하면서도 개운하다.

예종석 한양대 경영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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