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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야! 한국사회] 금융정책과 재정정책의 기본은? / 우석훈

등록 2010-06-02 20:17

우석훈 2.1연구소 소장
우석훈 2.1연구소 소장




20세기 초반 케인스라는 걸출한 경제학자가 등장하기까지 ‘거시경제’라는 말은 존재하지도 않았지만, 국민경제를 하나의 틀에서 보는 시각 자체가 아주 약했다. 물론 경제정책은 17~18세기 중상주의자들이 일종의 무역수지 흑자를 최우선으로 하는 수출대금 정책들을 주장한 적이 있었지만, 국민경제를 대상으로 하는 거시경제 정책은 케인스 이후에 생겨난 것이다. 시카고학파의 약진과 함께 신자유주의가 등장하고 케인스의 시대는 사실상 종료하였지만, 그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거시경제 정책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보통 경제학과 학부 1학년 2학기에 배우는 금융정책과 재정정책은 이제 경제학 용어보다는 오히려 행정학 용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대부분의 공무원과 대부분의 정책분석가들이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용어가 되었다. 두 가지 모두 1929년의 세계 대공황을 기본 모델로 해서, 국민경제가 위기에 빠졌을 때 어떻게 탈출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에서 출발한 개념들이다. 이제는 꼭 위기가 아니더라도 이 두 가지를 관리하는 것이 경제정책의 기본 가운데 기본이 되었다. 케인스는 사라졌어도 그의 시대가 남긴 흔적이 바로 이 두 가지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금융정책은, 노무현 정부 중반 이후로 기본적으로는 저금리 정책이었다. 결국 두 차례에 걸친 부동산 파동이 났고, 이명박 정부는 이 정책을 이어받아 공세적 저금리를 계속 강행하였다. 전체적으로 보면 우리는 6년째 저금리 세상에서 살고 있는 셈이다. 차이가 있다면 노무현 때에는 부동산 폭등으로 바로바로 반응했지만, 지금은 최고의 저금리 기조에도 토건이 잘 살아나지 않는다는 정도일 것이다. 재정정책 역시 마찬가지다. 2004년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골프장 200개’를 짓겠다며 한국형 뉴딜을 추진할 때와, 글로벌 경제위기를 맞아 대운하를 수정한 ‘4대강’으로 바뀌던 때, 거시정책의 본질은 변한 것이 없다.

조금 더 공격적으로 바뀌기는 했지만, 지난 5~6년간 한국에서 금융정책과 재정정책의 본질은 딱 하나 ‘토건경제의 강화’라고 할 수 있다. 부작용이 좀 있다. 기업은 돈을 쌓아놓고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하다 보니 청년실업 등 ‘완전고용’에 가깝던 한국 경제가 불완전고용, 그것도 세대간 왜곡이 심한 실업구조로 가고 있다. 서울의 부동산 가격을 고려할 때, 서울에서 할 수 있는 비즈니스라는 것은 이젠 증권업무와 금융업무같이 간접생산 부문들밖에는 없지 않은가?

게다가 한계생산성을 따라 새롭거나 다양한 부문으로 흘러가야 할 돈이 토건에 묶이고, 그렇지 않은 부문은 토지가격 등 기본 생산비를 맞추기가 어려워서 신규투자가 거의 진행되지 않았다. 그게 2010년 한국 경제의 근본 문제라고 생각한다. 흔히 수도권이라고 표현하지만, 한국의 토건경제는 지방을 희생시켰고, 경기도의 생태를 희생시키고, 결국에는 서울의 생태는 물론 경제마저 희생시키는, 누구도 여기에서 행복해지지 않는 시대를 만들었다.

결국 거시경제 운용의 목표와 기조를 다시 한번 우리가 논의하는 데에서 기본이 바로 세워지지 않을까? 한국은행의 발권정책은 무역수지를 조정해서 특정 기업에 이익을 주거나 저금리로 토건부문에 이익을 주는 데 목표가 있지 않다. 기본적으로는 물가상승을 조절하고 통화량을 조절하는 데에 있다. 그 기본을 우리가 너무 오래 등한히 했다. 재정정책은 ‘왕의 치적’을 위해 토목사업을 뒷받침하고, 건설사를 먹여살리는 데 있지 않다. 재정부 장관이 국토부 차관은 아니지 않은가? 이제 기본으로 돌아가자. 그게 ‘탈토건’이다.

우석훈 2.1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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