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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예종석의 오늘 점심] 김치말이

등록 2010-06-13 18:33

김치의 역사는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오늘날 우리가 먹고 있는 배추김치는 그 내력이 생각보다 길지 않다. 지금의 김치는 조선 후기에 들어와 고추가 김치의 양념으로 일반화되고 외래 채소인 결구배추를 재배하면서부터 담가 먹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15세기 중반에 저술된 우리나라 최초의 조리서 <산가요록>에 가지, 오이, 파, 송이, 생강 등으로 김치를 담그는 법이 기록되어 있고 그 이후에 나온 허균의 <도문대작>이나 <음식디미방>에도 죽순, 산갓, 동아, 나박김치는 나오는데 배추김치는 보이지 않다가, 19세기 말의 <시의전서>에 비로소 배추통김치가 등장한다. 그 이전에는 오늘날의 장아찌 같은 것을 김치 대신 먹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아무튼 이제 김치는 우리의 대표적인 부식으로 자리잡았다. 김치로 해먹는 가장 원초적인 음식이 김치말이이다. 김치말이는 황해도와 평안도 사람들이 겨울에 밤참으로 즐기던 가정음식이다. 추운 겨울밤에 출출해지면 묻어둔 김장독에서 김치를 꺼내 살얼음이 낀 김칫국물에 잘게 썰어 넣고 참기름과 깨 등을 친 뒤 밥이나 국수를 말아먹던 이랭치랭의 음식이다. 메밀묵이나 빈대떡이 있으면 식성에 따라 넣어 먹기도 했다. 가정음식이니까 따로 원형이 있는 것은 아니고 집집마다 그때그때 있는 재료로 즉석에서 해먹던 찬선이다. 젊은 사람들이야 알 리 없는 음식이지만 북한에서 내려온 노인장들에게는 향수를 자극하는 먹을거리이다.

서울에서 김치말이를 하는 몇 안 되는 식당에 가 보면 이북사투리를 쓰는 연세 지긋한 손님들이 많은 것도 그런 연유 때문이다. 서울시청 뒤의 골목 안에 숨어 있는 ‘이북손만두’는 옛 정취를 느끼게 하는 아담한 한옥에서 김치말이를 맛볼 수 있는 집이다.

예종석 한양대 경영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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