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훈 2.1연구소 소장
한국과 일본은 해방 이후 사회의 흐름이 상이했던 것 같다. 우리는 도쿄를 ‘제국의 심장’ 정도로만 이해하지만, 전쟁이 그들에게도 끔찍했고 참혹한 피해를 남긴 듯하다. 일본 애니메이션 <반딧불이의 묘>는 그 전쟁 중에 굶어죽은 어느 해군 장교의 오누이에 관한 이야기다. 이거 보고도 눈물이 안 나면 정서치료가 좀 필요하다. 그러나 한국은 1950년에 바로 전쟁이 터졌고, 일본은 경제적으로 그 덕을 본 것 같다. 68혁명으로 ‘전공투’가 북한으로 밀항하면서 일본이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의 기틀을 다지는 동안, 한국은 유신경제로 치달아갔고, 우리가 87년을 겪는 동안 일본은 90년대 ‘버블공황’으로…. 하지만 2002년 월드컵 이후로 한국과 일본의 ‘싱크로율’이 점점 높아지는데, 워킹푸어 현상과 청년유니온의 등장은 거의 동시대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한국이나 일본이나….”
일본이 수도권 유니온 등 아르바이트 노조가 적극 등장하면서 흐름을 바꾼 데 비하여, 한국의 첫 세대별 노조인 청년유니온은 사실상 세 번에 걸쳐서 거부당했다. 언제부터 한국에서 노동조합이 허가제였어? 편의상 ‘알바’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반실업 상태인데, 실업자들에게 노조를 허가할 수는 없다는 노동부의 태도를 보면서, 비슷해 보여도 한국 노동부와 일본 노동부는 그 선진화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러니 우리가 아직 선진국이 못 되지, 끌끌….
내가 이해하는 최근의 흐름만을 정리한다면, 20대와 30대의 세대별 노조라는 흐름이 하나 있다. 그리고 가톨릭대 총학생회가 가장 먼저라고 알고 있는데, 각 대학에서 총학이 혹은 총학과는 별도로 대학별 알바노조를 만들려는 흐름이 있다. 대학 근처의 편의점 등 상당수가 대학생이니, 자기 학교 근처의 지역 알바들이라도 좀 챙기자는 취지로 알고 있다. 문화 쪽에서는 문화생협 등의 형태로 20대 문화생산자들이 공동대응하자는 얘기들이 일부 있었는데, 생각만큼 진도가 잘 안 나가는 모양이다. 그리고 지역별로 알바노조에 대한 얘기가 산발적이기는 하지만, 역시 진행중이다. 일본에는 아마미아 카린이라는 ‘알바들의 잔다르크’가 수년 전에 등장했는데, 역시 한국에서도 잔다르크가 등장하지 않을까, 긴장감을 가지고 지켜보는 중이다.
노조 등록을 사실상 거부당한 청년유니온은 행정소송부터 시작해서 위헌소송에 이르기까지, 법적으로 가능한 대응을 하면서, 당분간은 임의단체로 주로 청년들을 중심으로 노동상담과 시간당 임금 문제와 불법 해고 등 일종의 시민단체 활동을 가져갈 모양이다. 조합원 수는 적지 않은데, 역시 ‘당사자’들은 한국에서 가장 가난한 집단 중의 하나라서 상근자 임금을 비롯해서 사무실 유지가 버거워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이 시점에서, 그래도 하루 세 끼 밥이 무난히 입에 들어가는 40대와 50대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곰곰이 생각해보게 된다. 당사자 운동이라고 하지만, 관련된 사람들의 지원과 지지가 필요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장애인 운동이 21세기에 들어와서 당사자 운동으로 전환되었지만, 여전히 식구들이나 관련자들이 후원과 지지를 한다. 여성운동도 마찬가지다. 많은 남편들과 아빠들이, 아내와 딸에게 강력한 지지와 성원을 보내고 있지 않은가? 한국의 첫 청년노조, 그들에게 우리 모두가 후원자가 된다면 한국의 노동운동과 인권운동 그리고 청년운동이 더 빨리 다음 단계로 도약할 것이다. 옛 서울말에 ‘사람이 마흔을 넘으면 입은 다물고 지갑은 열라’는 말이 있다. 거꾸로 하면, 그게 바로 ‘꼰대’의 정의이다. 자, 기성세대, 지갑 좀 엽시다, 월 만원 후원회원!
우석훈 2.1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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