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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야! 한국사회 ] 토건은 토건에게, 생태는 생태에게 / 우석훈

등록 2010-07-14 18:18

우석훈 2.1연구소 소장
우석훈 2.1연구소 소장
대학 한구석에서 사용하는 은어이지만, 어느덧 보편 용어가 된 것으로 ‘문사철’이라는 단어가 있다. 문학, 사학, 철학을 통칭하는 용어이고, ‘대학에서 죽어가는 것들’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혹은 전공하면, 굶어 죽는다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문사철 급도 못 되는 것들도 있다. 물리학, 천문학, 종교학, 그야말로 “힘들다”고 말도 못해보는 것들이다. 한국에서 기초과학의 붕괴는,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이다. 그래도 철학이나 사학은, 죽어간다고 말해주고 걱정해주는 사람이라도 있지 않으냐!

그리고 이런 사소한 급에도 못 끼는 두 개의 학문이 또 있다. 대중들과 얘기할 때마다 내가 늘 강조하는 학문들이지만, 그런 게 한국에 있었는지도 인지되지 않는 학문은 인류학과 생태학이다. 21세기에 들어서, 이 두 학문이 다른 나라에서는 점점 인기도 높아지고 사회적 발언권도 높아지는데, 한국은 지켜보기가 ‘안습’이다. 우파인 니콜라 사르코지가 프랑스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환경부와 국토부를 통합하고, 생태 문제를 부총리급으로 격상시키고, 생태부를 새로 만드는 걸 보면서, 과연 한국은 “토건의 국가이다”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시기에, 한국은 토건에 속했을 영포회 급의 여권 인사들이 환경부와 녹색성장위원회를 장악했다. 정권 초기에 토건 인사들이 환경과 생태에 속한 지도부급 자리를 다 가져가는 걸 보면서, 지난 15년 동안 생태에서 토건으로 입장을 바꾸게 된 동료들의 얼굴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김영삼 정부에서 환경청을 환경부로 격상시키는 것을 보면서, 21세기는 자연의 시대가 될지도 모른다며 설레면서 새로운 세기를 기다렸던 동료들, 그들은 새만금 때 일부, 청계천 때 일부, 대운하와 함께 그리고 4대강과 함께, 토건의 나라로 떠나갔다. 중국식 표현으로, ‘송곳 하나 꽂을 땅이 없는’ 그런 상황이 생태에 속한 것이다. 그렇게 한명 한명 동료들이 떠날 때, 나는 한 번도 공개적으로 비난하거나 섭섭하다고 한 적은 없다. 생태를 전공하면서 한국에서 사는 것은, 민주노총의 지지를 받으며 노동 전공하는 것보다는 훨씬 힘들고 열악하다. 그 시절을 같이 지낸 나는, 가슴이 아파서 도저히 “그럴 수가 있느냐”고 하지 못했다. 그러나 처음으로, 오늘, “이건 좀 너무하다”는 얘기를 하려고 한다.

노무현 시절, 새만금 문제가 한창일 때, 그 건너편에 있는 장항공단의 갯벌 매립 대신에 국립생태원을 설립하는 결정을 한 적이 있다. 미국 플로리다 에버글레이즈의 민간과 정부가 협력해서 이 습지 생태계를 살려낸 것이 생태학의 대표적 사례이다. 그리고 알프스 복원을 위해서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 인접 국가들이 수년째 공동 복원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제는 매립 대신 보존을, 개발 대신 생태를 정부가 작게라도 선택하는 첫 사례라고 많은 사람들이 박수를 쳤다. 이 사례는 서천군과 충남도청이 ‘토건이 아닌 발전’을 선택한 것이라 중요한 사례다. 규모는 3400억원, 작지 않다. 우리는 자치의 승리, 생태의 진전, 그리고 경제의 대안이라고 칭송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에서, 이 사소한 자리에도 ‘영포회’ 식으로 차마 토설하기 어려운 편법으로 ‘토건의 것’ 인사를 전횡하는 데 놀랐다. ‘4대강’으로 부족해서, 생태의 것도 토건이 가져가려고 하는가? 감사원에 요구한다. 인사 과정에 불법은 없는지, 편법은 없는지, 특정 인사를 지도부에 앉히기 위해서 억지로 제도를 바꾸는 것은 아닌지, 감사권을 행사해주시면 고맙겠다. 준법, 준법하면서 자기들은 만날 편법, 해도 좀 너무한 것 아닌가?

우석훈 2.1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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