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훈 2.1연구소 소장
한참 방영중인 <김수로>는 가야국에 관한 이야기이고, 김해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역사만으로 보자면 김해는 삼국시대보다 더 오래된 흐름을 가지고 있는 인구 50만 정도의 도시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비극적인 얘기를 담고 있고, 주중에는 4000명, 주말에는 만명 정도의 참배객이 이곳을 방문한다. 그러나 수년 전부터 김해는 그런 이야기보다는 대한민국의 독서 1번지로서의 위상으로 더 유명해졌다. 여기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재미있는 분석 거리들이 있다.
경상도는 한나라당 필승의 땅이자 영원한 고향이라는 점에서 ‘동토의 땅’ 혹은 ‘고담 대구’ 아니면 ‘토건 부산’과 같은 이미지가 생겨난 것 같다. 그러나 김해는 한나라당의 김종간 전임 시장 시절에 ‘책 읽는 도시 김해’라는 정책을 추진했고, 그 결과 독서교육 1번지이자 시민 독서에 대한 정책이 가장 모범적으로 진행되는 곳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 나도 출간 등 책과 관련된 일이 삶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많기 때문에 출판계나 도서관계 등에서 움직이는 일에는 좀 민감한 편이다.
순전히 책이라는 눈으로만 보자면, 한국에서 독서교육 1번지는 명실상부하게 김해라고 보는 것이 옳을 듯하고, 2번지는 대구라고 생각한다. 김해 모델과 대구 모델 사이에 약간의 차이점이 있기는 하다. 김해는 시장이 직접 나서서 독서교육을 끌고 가는 모델이고, 대구는 교육청에서 독서교육을 중점 프로그램으로 끌고 나가는 것 같다. 규모와 내용의 충실도로는 김해가 최고인데, 대구는 독서만이 아니라 청소년 저자를 발굴하는 글짓기 프로그램이 같이 결합되어 있어서 조금은 더 고급스러운 접근을 한다는 점이 또다른 차이점으로 보인다. 그에 비하면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하는 독서교육은 많은 경우 그냥 논술교육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창의성과 자발성이 생겨날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 형식적 교육인 셈이다.
자녀가 진짜로 자발적으로 독서하는 습관을 갖게 해주고 싶다면 김해로 이사가는 게 제일 빠른 방법일 것 같다. 물론 전국이 김해 같은 독서 인프라와 도서관 행정을 가지면 좋겠지만, 당장 뭔가 하고 싶다면 김해로 가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시 행정이 자녀교육에 그렇게 영향을 주나? 궁금하시다면 서울시의 독서 프로그램과 김해시의 도서관 인프라를 체험해보면 금방 답이 나올 것이다.
이런 김해에 변화가 왔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경상도에서 유일하게 민주당 기초단체장인 김명곤 시장으로, 이를테면 정권교체가 일어났다. 한나라당에서 만들어놓은 독서와 도서관 프로그램들을 과연 민주당 시장님이 어떻게 승계하실까, 나 같은 저자들이나 도서관 사서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보는 중이다. 과연 민주당이 한나라당 전임 시장님 정도로 독서를 중요하게 생각할까, 아니면 그냥 정치놀음만 하게 될까?
여기에 또다른 관전 포인트가 있다. 인구 50만 도시에 경전철이 내년 상반기면 개통된다. 이런 토건의 적자를 포함해서 김해시의 재정이 그렇게 넉넉한 편은 아니다. 지자체 수준에서의 지급불능의 위기를 관리하고자 어떻게 해서든 긴축을 하기는 해야 하는데, 토건을 먼저 긴축할까, 독서 프로그램을 먼저 긴축할까, 이게 또다른 질문이다. 토건이 아닌 대안이 있는가? 이 몇 년 된 지방경제에 대한 질문에서, 김해시는 그 대안을 찾은 경우라고 생각된다. 독서 1번지로서의 김해의 전설, 한국 경제를 위해서도 성공을 기원한다.
우석훈 2.1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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