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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커피의 경제학

등록 2005-06-20 17:45수정 2006-02-21 18:41

오늘날 미국 뉴욕에 가장 먼저 들어가 정착한 유럽인은 네덜란드인이었다. 도시 이름도 처음엔 뉴암스테르담이었다. 네덜란드 총독 피터 미뉴이트는 원주민들에게 60길더어치의 유리구슬과 낚싯바늘을 주고 맨해튼 섬을 샀다. 60길더는 당시 화폐가치로 24달러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산 것이 아니라 사실상 강탈했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그런데 원주민들이 그 24달러를 저축했다면 그 돈으로 지금의 맨해튼 땅을 모두 되사고도 남는다는 주장이 있다. 정말 그럴까? 원주민들이 땅을 판 1626년 그 돈을 연 5% 복리로 저축해뒀다면 379년이 지난 지금 원리금은 2조5760억원이 된다. 맨해튼을 되살 정도는 못 된다. 하지만 이자율이 7%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원리금은 무려 3285조원으로 불어난다. 그 돈이면 현재 미국 땅 전체의 4분의 1을 살 수 있다. 이자에 이자가 붙는 ‘복리의 마술’ 때문이다.

며칠 전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시애틀대학의 취업담당자 에리카 림이 학생들을 상대로 스타벅스 커피 안 마시기 운동을 벌인다는 기사를 실었다. 일주일에 다섯번씩 3달러짜리 스타벅스 커피를 사 마시지 않으면 30년 동안 5만5천달러(5500만원)를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이 계산에도 복리의 마술이 적용돼 있다. 림은 학생 대다수가 학자금 융자에 의존하면서도 이 ‘커피의 경제학’을 너무 소홀히 한다고 지적한다. ‘담배의 경제학’도 결론은 비슷하다. 2500원짜리 ‘엣세’ 담배를 하루 한 갑씩 피우는 사람이 담배를 끊고 30년간 연 4% 이자율로 그 돈을 모으면 5117만원이 된다. 50년 모으면 1억3930만원이다.

오늘의 커피 한 잔이 ‘내일의 빚’이 된다는 림의 주장은 아주 그럴듯하다. 그러나 그가 의도적으로 무시하거나 놓치고 있는 것도 있다. 오늘 마시는 커피 한 잔이 훗날의 한 잔과 만족감이 같을 수는 없다는 점이다.

정남구 논설위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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