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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야! 한국사회] 자살 강요하는 교육정책 / 이윤영

등록 2010-08-30 21:22

이윤영 인디고 유스 북페어 팀장
이윤영 인디고 유스 북페어 팀장
또 새로운 입시정책이 발표되었다. 현재 중3부터 수능을 두 번 치른다는 것이다. 일 년에 한 번뿐인 시험이라 지나치게 긴장하는 바람에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목숨까지 거는 아이들도 많기 때문에, 기회를 한 번 더 주는 이 제도가 인간적으로 보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작 이 정책이 시행될 대상인 현 중3 아이들은 그저 혼란스러울 뿐이다. 무엇이 어떻게 바뀔 것이고 그것이 과연 옳을 것인지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험 횟수와 무관하게 살인적인 경쟁구도는 변함이 없다.

사교육, 주입식 교육, 경쟁구도, 지나친 학업시간…. 우리 교육이 갖고 있는 문제를 열거하자면 끝이 없지만,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이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에 대한 대안 또한 끝이 없다. 백년지계여야 하는 교육정책은 해마다 바뀌고 있지만, 결국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것, 혹은 더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느끼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의 교육정책들은 누구를 위해 바뀌고 있는가? 누구에 의해, 무엇을 위해 끝없이 바뀌고 있는 것인가?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라. 지난 18일부터 부산에서 열린 2010 인디고 유스 북페어에 참여한 1800여명의 청소년들은 “어떻게 하면 치열한 경쟁 구도에서 벗어나 자유와 사랑, 평등을 살아낼 수 있을까요?” “학교에서 겪는 불평등과 부조리들이 옳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그것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괴롭습니다. 이 모순을 깨뜨리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시험 성적이 아니라 옳고 정의로운 용기가 훌륭한 삶의 잣대가 되기를 바랍니다. 과연 정의로운 세상이란 어떤 모습일까요? 우리가 함께 그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공부를 해야 할까요?”와 같은 질문들을 던졌다.

그렇다. 문제의 근본은 해결되지 않은 채 입시제도만 변하는 교육 속에서 아이들은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 자신의 순수함과 정의로운 마음이 무너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외롭고 힘들게 투쟁하고 있다. 우리의 교육은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 과연 이 말 많고 탈 많은 교육의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가. 정책은 한 개인의 삶을 관통하고, 그 삶들은 다시 사회를 만들어낸다. 아이들에게 자신의 삶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이 세상 곳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해 늘 깨어 있고 열려 있는 자세를 가르치지 않는 지금의 교육은 결국 이기적이고 자기탐욕에만 몰입하는 고통스런 사회를 만들 것이다.

지난 6년 동안 프랑스 철학자 시몬 베유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영화감독 줄리아 해슬릿은 “어차피 인생은 고통이다. 그 인생을 더 중요하고 큰 고통에 관심을 기울일 것인지, 자신의 고통에 갇혀 헤어나오지 못한 채 그렇게 죽어갈 것인지, 그 두 가지 선택을 우리는 생각해보아야 한다”라는 질문을 던졌다. 해슬릿의 물음은 우리 교육이 청소년들로 하여금 자기고통 속에서 죽어가게 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실제로 매년 200여명의 우리 아이들이 입시경쟁 속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으며, 그 숫자는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타인의 고통에 관심을 갖는 윤리적 주체로 성장하기도 전에 자기고통 속에서 죽게 하는 우리 교육은 과연 ‘교육적’인가?

아이들이 불필요한 자기 자신만의 고통 속에서 벗어나 타인의 고통, 고통을 넘어서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 삶인지 물을 수 있는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는 교육철학이 필요하다. 과연 우리 교육정책은 누구를 위해 만들어지고, 그 교육에 의해 누가 말하고 듣게 되는가. 바르고 좋은 삶을 살도록 이끌지 못하는 교육정책은 반드시 지금 여기서 재고되어야 한다.

이윤영 인디고 유스 북페어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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