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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천안함 좌초설’ 기소 / 박창식

등록 2010-08-31 18:17

박창식 논설위원
박창식 논설위원
1960년 3월29일 미국 신문 <뉴욕타임스>에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시 경찰을 비난하는 광고가 실렸다. 인권운동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이 광고에는 사실과 다른 대목이 있었다. 경찰이 학생들을 배고프게 해 굴복시키려고 식당을 폐쇄했다는 주장이 대표적이었다. 경찰 집행관인 설리번은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신문사와 광고주인 흑인목사 4명한테 소송을 냈다. 주 법원은 피고 쪽에 50만달러의 손해배상을 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1964년 연방대법원은 이 판결을 파기한다. 윌리엄 브레넌 대법관은 일부 광고 내용이 잘못임을 인정하면서 “잘못된 발언도 자유로운 논쟁을 위해 불가피하고 표현의 자유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숨쉴 공간이 필요한 만큼 보호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것이 유명한 ‘뉴욕타임스 대 설리번’ 판결이다. 시민들이 제소당할 두려움 없이 정부와 공직자를 비판할 수 있도록 한 기념비적 사례로 꼽힌다.

‘천안함 좌초설’을 주장한 신상철(52·인터넷 매체 <서프라이즈> 대표)씨를 검찰이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군의 조사결과 발표 이후에도 신씨가 ‘허위사실을 지속적으로 날조, 유포’해 합동조사단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밝혔다.

천안함 사건의 진실을 둘러싸고는 여전히 논란이 진행중이다. 정부가 나름의 증거들을 제시했지만 과학자들의 반박이 잇따르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 쪽과 다른 의견을 주장할 권리는 마땅히 존중되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천안함 좌초설 주장자를 기소하는 것은 진실에 대한 해석을 정부가 독점하려는 것이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표현의 자유를 위해 때로는 잘못된 발언도 보호받아야 한다고 지적한 것과 비교해, 괴리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박창식 논설위원 cspcs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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